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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말을 듣지 마세요

유튜브 채널 <Andrew Huberman> 인터뷰 중 릭 루빈의 말

by 김바리


Be true to yourself and not to listen to anyone.
자신에게 진실해지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 말을 듣지 마십시오.

- 뮤직 프로듀서 릭 루빈




프랑스 방송인 파비앙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을 종종 본다. 한국인 패치가 잘 된 (?) 그가 한국에 살면서 느낀 문화 차이를 요목조목 설명해 주는 것이 참 재미있다. 최근에는 경복궁에서 친구와 함께 ‘빵지순례’를 다녀온 에피소드를 보았다. 서촌에 있는 프랑스식 빵집 세 군데를 돌며 시식하는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잠시 있고 있었던 나의 빵에 대한 애착. ‘아, 맞다. 나 빵 진짜 좋아하지'. 20대 동안 자칭 ‘빵순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며 일본 편의점에서 기간 한정으로 판매하는 빵이란 빵은 다 맛보고 다녔고, 다이어트하는 동안에도 빵에 대한 사랑은 참지 못해 친구와 날을 잡고 ‘뷔 도 프랑스 (Vie de France)’에 가서 먹고 싶은 빵을 여러 개 집어 반씩 나누어 맛보며 행복해했던 그 장면이 아직도 또렷하다.


두 번째로는 파비앙과 친구가 빵을 시식하는 장면에서 느낀 것인데,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을 비롯해 음식의 향을 맡는 것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꽤나 적극적으로(?) 빵에 코를 박고 향을 맡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나의 경우 그런 행동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지적을 많이 받았다는 것. 때문에 음식을 입에 가져가기 전에 냄새를 맡는 것이 옳지 않은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에선 맘껏 맡았습니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있는 프랑스 빵 맛집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는데, 이 영상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애착을 다시 환기하였음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 - 특히 어른 - 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고 살았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음식 냄새를 맡고 싶어도 참았다. 맡고 싶지만 쿨한 척했다. 어쩌면 그냥, 솔직하게 나는 음식 향을 맡는 게 너무 좋다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갔을 재료의 향을 음미하는 것이 좋다고 해맑게 대답하면 되었던 것을 나에게 진실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릭 루빈은 한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커리어 조언을 해달라고 말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진실해지라, 그리고 다른 사람 말을 듣지 말아라.’ 이 말은 비단 커리어에 있어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리라. ‘나다운 삶’, ‘더 충만한 일상', ‘주관적 행복'을 위해 삶의 전반적인 태도에 있어서도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조언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나는 나에게 진실해지는 것이 겁이 나서 자꾸만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지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다른 사람 말을 너무 듣다 보니 나에게 점점 더 진실해지지 못했을 지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지만 결론은 나는 나에게 더 진실해지고 싶다는 이야기다.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는 감각에 좀 더 충실하고 싶다.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덜 흔들리고 싶다. 현재에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는 가족들은 나에게 ‘바리는 모든 일에 의미부여를 해’라고 자주 말한다. 그 말이 어느새부턴가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져 느끼는 것에 1/3은 이야기하지 않고 내 속에 담아버린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세상이 조금 덜 재밌어지지 않을까? 정말 사소한 일에 의미를 찾고 기쁨을 찾고 교훈을 찾는 게 오히려 매일의 지루함과 평범함에 감칠맛을 부여해 주진 않을까?


새해에는 조금 더 나에게 진실해지기로 한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냄새를 맡는 것은 좋아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타인의 이야기보다 나의 속마음을 더 잘 들어주기로 한다. 조카의 한 마디, 고양이의 표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한다. 나의 세계는, 바깥세상은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에게 의미를 준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의미를 찾는 순간이 참 행복하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조금 피곤해 보일지 모르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GpgqXCk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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