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슈, ≪뉴타입의 시대≫ 중 한 단락
상사의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떠맡은 일을, 아무런 의욕 없이 실행하는 올드타입은 자발적인 의욕에 넘쳐서 자유자재로 높은 이동성을 발휘하는 뉴타입에게 밀리고 허둥댈 것이 분명하다.
- 야마구치 슈, ≪뉴타입의 시대≫ (인플루엔셜, 2020)
‘뉴타입’이란, 앞 시대의 논리와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지식과 교양을 ‘리셋'하며 새로운 시대의 의미와 가치, 부를 창출해 내는 사고・행동의 패러다임을 말한다 (책 참고).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의 대표적 특징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구상하며, 경험에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교양을 끊임없이 리셋하며 아마추어가 되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다양한 특징이 있는데, 그중 ‘자발적인 동기부여’와 관련해 매우 상징적인 사례를 가져와 비교하고 있다. 바로 남극점에 먼저 닿기 위한 아문센과 스콧의 경쟁이다.
아문센의 경우 남극에 최초로 발을 디디겠다는 꿈을 안고 체력 단련을 했고, 과거 실패한 탐험 사례를 분석했으며, 썰매, 스키, 캠프 등 극지에서 필요한 각종 기술과 지식을 갖추기 위해 어릴 때부터 적극적으로 현장 훈련을 통해 경험을 쌓고 학습했다고 한다. 반면, 영국의 해군 소령 스콧의 경우 해군에서 부여한 미션을 완수해 출세를 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극지 원정에 필요한 훈련과 지식, 그리고 과거 탐험가들의 경험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례와 심리학자 데이비드 맥크릴랜드, 저자가 속해있던 콘페리그룹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임무와 능력 사이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고 능력의 배후에 있는 ‘동기'가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동기에 따라 능력을 발휘할 일의 종류가 바뀐다고 한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는 스콧과 같이 상사의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떠맡은 일을 특별한 동기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회적 결말을 다다를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뚜렷하지 않고 ‘누군가가 지시해서 하는 일'이 많았던 과거 경험을 떠올려 볼 때 사회생활을 하며 느꼈던 깨달음과 비슷한 맥락이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이전 회사에서 OKR(측정 가능한 팀 목표를 설정하고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목표 설정 방법론)을 설정해 업무의 성과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얻었기에 나의 자발적인 선택에서 비롯한 일이 주는 성과에의 영향이 얼마나 큰 지도 실감한다.
다만, 저자가 말하는 이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가진 뉴타입의 인재가 과연 조직에서 팀원으로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데에는 조금 갸우뚱해지는 면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꿈과 비전을 좇기 위해 비슷한 이상을 그리는 조직에 들어갈 수는 있을지라도 그 조직 내의 문화, 만나는 상사, 의사결정 방식,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문센과 스콧의 경우를 조금 극단적인 현대 조직의 예로 들자면, 아문센은 한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였고, 스콧은 대기업 회사의 팀장에 불과했기에 그런 차이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결국 저자가 남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은 정해져 있다. ‘스콧과 같은 사회적 결말에 다다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 자신을 가져다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한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아닐까. (수입의 크기와 관계없이) 한 사업체의 대표가 되거나, 자신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높은 유연하고 작은 조직에 들어가서 일을 하거나. 문제는 두 경우 모두 생존에 있어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안정적인 곳에서 시키는 일을 할 것인가, 불안정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것인가.
결국에는 이 질문으로 좁혀진다. 야마구치 슈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조직은? 국가는? 한 국민이 예측 가능한 삶을 살기를 바랄까, 아니면 자신의 동기 부여에 따라 언제든 그들의 의견에 반대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을 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