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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에게 아내 메리 토드란

데일 카네기, ≪데일카네기의 링컨이야기≫ 중 한 단락

by 김바리

링컨은 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해했으며, 되도록 아내를 피해 저녁마다 법학 도서관에서 변호사들과 토론을 벌이거나, 딜러가 운영하는 약국 모임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 데일 카네기, 바른번역, ≪데일카네기의 링컨이야기≫ (코너스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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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잊을 만하면 대화를 나누는 주제가 있다. 우리가 왜 집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살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바보의 바깥 세계로의 여정은 한 사람은 멋진 왕자님과의 결혼으로 1부 해피 엔딩을 마쳤다. 다른 한 바보는 1부는 새드 엔딩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열린 결말로 해석될 수 도 있는 마무리를 지었다. 문경이라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경북의 작은 도시로 떠난 덕분에 형부를 만났고 오래 사랑하고 결혼을 했고 두 사람을 꼭 닮은 아이들을 낳았다. 일본 도쿄라는, 역시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로 떠난 덕분에 작은 시골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보고, 들었다. 낯선 곳으로 떠날 용기가 어디에서 났을까. 자문하는 시기마다 답은 조금씩 다르지만 두 사람 다 동의한 사실은,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멀리 떠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이렇듯 현재 자신이 처한 물리적, 정신적인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우리는 나름의 대처법을 찾는다. 링컨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링컨이 정치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일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어느 정도 그가 처한 상황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불우한 유년 시절, 사랑했던 연인을 잃는 아픔, 불행했던 결혼. 여느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그는 생애주기 동안 관계적으로 충만하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었다. 그렇기에 더 자신을 성찰하고 바깥 사회에 연민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이 가진 결핍을 승화해 그것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어떤 영역에 삶을 바친 사람. 링컨 대통령의 이야기는 마치 조셉 캠벨의 영웅 이론의 현실판에 꼭 들어맞는 인물과도 같았다. 자발적인 동기가 있었지만 용기가 부족했던 그가 주변 요인으로 인해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현실, 그리고 결국에는 그것이 그를 성장으로 이끈 이야기말이다.


만약 링컨이 앤 러틀리지와 결혼했다면 틀림없이 행복했겠지만, 대통령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 반면 백악관에 살겠다는 식을 줄 모르는 의지에 사로잡힌 메리 토드는 링컨과 결혼하자마자 휘그당 국회의원 후보 지명전에 출마하라고 링컨을 다그쳤다.

-데일 카네기, 바른번역, ≪데일카네기의 링컨이야기≫ (코너스톤, 2015)


기록에 의하면 메리 토드와의 결혼은 내내 불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되기 전 평소 9시 전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지만, 종종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와 우울한 얼굴을 하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밤이 늦도록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업무를 본 적도 많았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가족과 거리를 두던 그 시간에 그는 자신의 일과 다른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한 영역에의 결핍이 한 사람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링컨의 사례를 보고 느꼈다. 불우한 결혼 생활을 그의 명예로운 삶에 있어 필수 조건이었다거나 그의 불행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은 위대한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으므로 아내 메리 토드의 기여에 대해서 일정 부분 인정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랄까. 물론 다른 더 이상적인 형태로 링컨의 성공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들이 많았겠지만, 인간이란 모름지기 스토리텔링을 좋아하기에 활자로 적히지 않고 생략된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메리 토드는 이야기의 완성을 위해 필연적으로 많은 활자를 차지하는 악역을 담당해야 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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