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든 크든, 서점은 옳다

송숙희, ≪부자의 독서법≫속 한 단락

by 김바리
오프라인 서점은 무슨 책을 읽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에게 참 유용합니다. 놀이 삼아 서점에 가면 이 책 저 책 건성으로 들여다보고 이 코너 저 코너 심드렁하게 살피다가 어느 순간 어느 책에 꽂히기 십상입니다. 서점에서 책을 살피며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관심의 촉이 일깨워지기 때문입니다.

- 송숙희, ≪부자의 독서법≫ (토트, 2022)




수비학, 신점, 사주, 이런 오컬트들의 긍정적인 요소는 무의식에 담겨있던 내 직관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데 있다. 무슨 책을 읽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로 오프라인 서점에 가 2-3시간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어쩌면, 타로카드보다는 비교적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용인된 매개체를 통해 신탁을 받는 것과 같을 것이다.


광화문 4번 출구. 언제부터 습관이 된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능하면 주에 한 번은 교보문고에 들른다. 살 책이 있지 않아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가 외국어 코너부터 시작해 에세이 코너까지 주욱 한 바퀴를 돈다. 나의 관심사에 맞춰 예열을 하고 FOMO (Fear Of Missing Out, 무언가를 놓치거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소외된 것 같은 공포감을 이르는 단어)가 주는 불안감을 잠시 해소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코너를 쓱 훑어본다. 선반에 놓인 인기 도서의 표지와 목차를 들춰보는 것만으로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와 세상이 변해가는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어 편리하다.


생각부자들의 임장은 서점에 가는 것. 그들은 놀아도 서점에서 놉니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많은 책의 표지를 통해 다양한 정보수집이 가능합니다. 매대의 책들을 통해 지금 가장 핫한 주제가 무엇인지 탐색이 가능합니다.

- 송숙희, ≪부자의 독서법≫ (토트, 2022)


생각 부자가 생각이 많은 사람을 의미한다면 나는 정말로 부자라고 자부한다 (사실 책에서는 부자 중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일컫는 것 같지만). 뉴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있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예민한 안테나를 세워두는 것은 필수다. 그런 면에서 인스타 릴스가, 유튜브 인급동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종이 신문 읽기, 서점에 가서 책 표지 둘러보기, 꾸준히 내 생각을 글로 적어보기는 내 안의 속 근육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는 일상 속 작지만 단단한, 창작자로서의 루틴이다.


최근에 나에 대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 있다. 스스로를 약간은 비주류라고 생각하지만 서점 취향에 있어만큼은 메이저하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냐 하면 나는 사실 대형 서점파이다. 독립 서점이 주는 정서와 대형 서점이 주는 정서는 다르다. 독립 서점의 특징이라면 구비된 책들이 어느 정도 사장님의 취향이 반영된다는 것, 그리고 협소한 공간이 주는 안정감 혹은 왠지 모를 불편함이 있다는 점이다 (왠지 행동 하나에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나는 군중 속의 자발적 고독이 꽤 좋다. 대형 서점이 주는 여러 개의 장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방문한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매대에 놓인, 선반에 꽂힌 책이 많기 때문에 ‘딱히 어떤 책을 사러 온 게 아닌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설렘'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


내 안에 답이 없는 사람인데 좀 더 적극적인 방향성을 제안받고 작은 공간이 주는 안온함 안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독립 서점, 모든 답을 펼쳐놓고 군중 속의 찬란한 고독을 느끼며(?) 방문한 김에 근처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대형 서점은 보통 번화가에 있으므로) 기회를 만들고 싶다면 대형 서점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더 알려고 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더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지식으로부터의 자유, 소유로부터의 자유, 신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사람만이 진정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 송숙희, ≪부자의 독서법≫ (토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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