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폴, ≪일하지 않는 시간의 힘≫ 중 한 단락
많은 사람들은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지나가는 다른 사람에게 손을 흔든 후 다시 바쁘게 달려가는 삶을 바꾸지 못한다. 그 결과 삶의 소중한 부분들을 놓친다. 친구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오랫동안 느긋하게 뭔가를 창조하는 시간 말이다.
- 마릴린 폴, ≪일하지 않는 시간의 힘≫ (청림출판, 2019)
책을 처음 꺼내 읽을 때 하는 루틴이 있다. 바로 작가의 서문에 쓰인 책 쓴 의도를 읽는 것이다. 의도를 읽고 나서 목차를 주욱 훑으며 챕터를 앞 뒤로 오가며 독서를 시작한다. 같은 주제를 다룬 여러 사람의 의견을 어서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 저 책, 발췌독을 하다 보니 약간의 요령이 생긴 듯하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내가 가진 질문에 대한 그의 통찰을 얻어가는 꽤 괜찮은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는 ‘삶을 바꿀 만큼 충분한 활력과 생기를 북돋는 휴일을 보내는 법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책 쓴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면역결핍질환으로 죽음과 마주하게 된 뒤, 현대적인 안식일을 통해 어떻게 하면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30여 년 간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식일을 통한 휴식법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그녀의 이력을 보면, 그녀가 휴식법을 연구하게 된 데에는 조직 내에서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리더십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잘 쉬는 것'이 중요한 부분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 새로운 안식일은 매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자신이 지닌 최선의 모습과 다시 만나고, 놀이와 휴식, 성찰, 재충전을 하며, 실천사항이나 기한 혹은 성취에 대한 압박감이 없는 시간과 공간에서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것이다. ‘오아시스 시간', 개인적 복구를 위한 안식처를 만드는 일은 출구일 뿐만 아니라 사다리이기도 하다.
- 마릴린 폴, ≪일하지 않는 시간의 힘≫ (청림출판, 2019)
지난주에 ‘라이프 컬러링'에서 진행하시는 ‘휴식 루틴 클래스' 수업을 듣고 나서 이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난 뒤, 앞으로 매주 주말 중 하루, 그리고 평일 저녁 중 하루 정도는 의도적인 휴식을 계획해 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번주부터 의도적인 긴 휴식 시간을 만들었다.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요일은 수요일이었다. 보통 일요일 오후부터 차주에 할 일을 조금씩 시작하는 터라 수요일 즈음되면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래서 저녁 2-3시간을 비워두고 빈칸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했다. 며칠 사이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을 해보기로 했다. 최근에 읽은 송숙희 작가의 책 <부자의 독서법> 안에 나와있는 ‘부킷리스트'를 따라 해보자 싶었다.
결론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지금 당장 내가 그리는 미래에 대해 부킷리스트를 만들자니 범위가 너무 넓고 추상적이었고, 책 출판이나 프로젝트 목표 달성과 같은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해 보려니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금세 포기하고 말았다 (작가님의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집중이 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휴식이라고 일컬을 만한 활동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후에는 최근에 재밌게 봤던 일드 세 편을 몰아보고 침대에 누워 SNS를 했다. 자기 전에는 약간의 죄책감에 단테의 신곡을 10페이지 읽었다. 예상보다 늦게 12시쯤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컨디션이 안 좋아 다시 잠에 들었다.
일어났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왠지 전날부터 시간을 주욱 낭비한 기분이 이어졌다. 휴식의 질을 의식하다 보니 잘 못 쉰 시간에 대한 좌절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긴 휴식시간을 의도적으로 갖기로 하고 깨달은 점은, 이 시간을 갖는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쉬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만의 안식 시간, 즉 오아시스 시간은 일상과 달라야 한다. 더 느리고, 디지털 기기에서 더 멀어지고, 성과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오아시스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계획과 준비가 없으면 일상으로 복귀하게 된다. ‘일 모드’가 나도 모르게 작동하여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과제가 적힌 목록을 살피고, 소셜 미디어를 확인하고, 속도를 높이게 만든다.
- 마릴린 폴, ≪일하지 않는 시간의 힘≫ (청림출판, 2019)
한편 의도적 휴식을 정하는 데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아예 계획적으로 휴식시간을 주간 계획에 넣으니 월, 화요일 업무 중에 그냥 막 놀고 싶어질 때, 할 일을 미루고 싶어질 때 참을 수 있었다. 수요일 전까지는 중요한 일들을 미리 끝내놓자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앞으로의 안식일 (긴 휴식 시간)의 최소한의 규칙을 정하기로 한다. 바로 ‘의도적 휴식’ 시간 동안만큼은 SNS를 하지 않는 것. 미디어를 하지 않는다면 더 좋지만, 이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때때로 양질의 영화와 드라마는 기분을 꽤 좋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 또한 과도하면 나쁘겠지만). SNS는 그 시간이 길든 짧든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을 빼앗아가고 오래 하고 나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의도적 휴식 시간에는 정말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으로!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내일을 기대한다.
잘 쉬고, 잘 자고, 시간을 잘 활용하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