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 '사서 고생'이 필요한 이유

폴 블룸, ≪최선의 고통≫ (알에이치코리아, 2022) 속 한 단락

by 김바리
일반적으로 삶의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는 고난과 희생을 수반한다. 마냥 쉬운 일이라면 굳이 노력할 의미가 있을까?

- 폴 블룸, ≪최선의 고통≫ (알에이치코리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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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자살률은 크게 줄었는데도 미국의 추세는 2000년 이후 자살률이 약 30퍼센트나 급증했다고 한다.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미국의 핵심적인 문제를 ‘의미의 위기'로 본다. 이 문제는 종교적 신념의 약화, 전반적인 목적의 상실, 오프라인 공동체로부터의 소외와 연계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이 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2003년 이후 OECD 자살률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단 2개 연도(2016, 2017)뿐이다.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민자의 행복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가 속한 사회가 행복의 정도를 결정한다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미국과 유사한 사회 구조를 따르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심리학계에서 행복을 연구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경험적 행복'에 대한 것으로 이는 심리적 현재의 기준을 3초로 정해 70년의 삶의 가치를 정하는 것이다 (5억 번에 이르는 순간의 합이 된다). 이는 측정의 한계가 있기에 개별적인 하루를 측정해 결과를 더해 1년 또는 한평생의 가치를 파악한다고 한다. 두 번째는 ‘만족’으로, ‘경험적 행복'보다는 관조적인 평가로서 순간이 아니라 삶 전체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캔트릴 자기 평가 척도를 사용하여, 최악의 삶을 가리키는 0과 최고를 가리키는 10 사이에 자신의 삶의 처한 위치를 나타내도록 한다고 한다.


쾌락과 만족, 어느 결과가 더 가치 있는가, 어느 숫자가 행복을 평가하는 데 있어 더 신뢰할 만한가는 여전히 불명확한 듯싶다. 한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한 인터뷰에서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행복의 극대화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사람들은 항시 들떠있고 태평하기를 원치 않으며, 전반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원한다고 말이다.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행복이란 너무 들뜨거나 깊이 불안하거나 하지 않은, 평온한 상태를 이르는 것이라는 이야기. 어느 영성 도서에서 읽은 문구였다. 어쩌면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전반적인 삶의 만족’, 즉 내가 오늘 따뜻한 곳에 눕고 건강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밀한 대화를 하고,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적당히 누리는 것 아닐까?


문제는 이때 사회적 비교에 많은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때문에 저자는 이런 태도 만으로는 삶을 잘 살기 위한 조언으로 삼기에는 부실하다며 가치 있는 삶의 테이블에 행복 말고 또 다른 무엇이 있을지 탐구하기 시작한다.


선택적 고난은 우리를 다른 사람과 연결하며, 공동체와 애정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또한 깊은 정서와 마음의 감정을 반영한다.

- 폴 블룸, ≪최선의 고통≫ (알에이치코리아, 2022)


저자는 선택적 고난(올바른 시기, 올바른 방식, 올바른 정도의)이 삶에 가치를 더한다고 말한다. 종교를 통한 자발적 고행과 부모가 되는 일이 선택적 고난의 예이다. 연구 결과에 대해 다원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산을 오르거나 전쟁에 참전하는 것처럼 쾌락과의 연관성은 불확실하지만 의미와 목적을 강화하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선택적 고난이 커다란 즐거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저는 안락함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시를, 진정한 위험을, 자유를, 선을 원합니다. 그리고 저는 죄악을 원합니다.” 이보다 인간 본성을 잘 요약한 말은 없다.

- 폴 블룸, ≪최선의 고통≫ (알에이치코리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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