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이고 싶다면, 언어를 배우세요

켄 로빈슨,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중 한 단락

by 김바리
이렇게 언어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아이들은 자기가 배우는 언어에 함축된 사고방식을 흡수하며, 그러므로 단어는 전반적인 의식의 성장에 중추 역할을 한다.

- 켄 로빈슨,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한길아트, 1998)


‘눈’[雪]을 가리키는 단어는 대부분의 언어에서 두세 개가 있다고 한다. 영어에는 ‘snow’(일반적인 눈), ‘sleet’(진눈깨비), ‘slush’(질척한 눈) 세 단어가 있다. 한국어는 진눈깨비, 포슬눈, 풋눈 등 순우리말까지 찾아보니 열 개가 넘는다. 눈이 많은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언어로도 눈을 세세하게 분류해야 할 실질적인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러한 차이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쉬워진다고 말한다.


복잡한 세계에서 현상과 사물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사법이 있다. ‘우리 집 고양이는 되게 하얘.’라고 말하기보다 ‘우리 집 고양이는 새 수건처럼 하얘', ‘우리 집 고양이는 저기 보이는 흰색보다는 하얗지 않아.’와 같이 비유나 비교를 활용함으로써 내가 이해한 세상과 비슷한 모양으로 상대도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때 이 수사법에 활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신선할 경우 상대의 뇌리에 더 잘 기억에 남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 신선함의 관점에서 새로운 언어, 즉 다른 외국어 체계에서 빌려온 관용어나 단어를 활용해 봄직하다. 오랫동안 집단 무의식을 거쳐 입증된, 역사적 가치가 있는(?) 표현들이기에 실패할 확률도 적다.


하나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상대가 호의를 베풀었을 때 계속 사양하다가 결국에 못 이긴 듯 받아들일 때 쓰는 일본어로 ‘ことばにあまえる [言葉に甘える]’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자면 ‘(상대의) 말에 어리광 부리다'라는 뜻으로, 의역하여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다'로 해석한다.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었을 때 못 이긴 듯 그것을 받아들이며, “그렇다면 당신의 말에 어리광을 부려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해 보자. 상대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도 대부분 웃음을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분위기가 차가워진다면 그 장소를 빠르게 뜨는 것이 신변에 좋을지도 모른다).


한편, 이렇게 다른 나라의 표현을 가져와 활용하는 것을 창의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저자 켄 로빈슨은 창의적이라는 것은 ‘독창적이고 가치를 지닌 결과물을 낳는 상상력의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독창성을 발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른 환경에서 쓰이던 사고방식을 자신이 있는 환경 아래에서 재해석하는 것 또한 독창적인 행위의 일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언어를 하나의 상징체계로 보고, 나라마다 함축된 사고방식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뇌 속에서 모국어 외에 새로운 사고방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소설, 시와 같은 언어 기호 기반의 창작 영역에서는 물론 영화, 그림, 음악과 같은 예술 영역에서도 충분히 활용가능한 지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감히 주장컨대, 매번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에 지쳤다거나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새로운 언어를 6개월간 배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거창하게 자격증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사과를 할 때 뭐라고 말하는지(일본어 :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양보를 할 때 어떻게 말하는지(영어 : 당신 뒤에 (가겠습니다)), 머리를 자를 때 뭐라고 표현하는지(영어 : 나 내 머리가 잘렸어), 종이가 찢어지는 모양에 따라 어떠한 동사를 사용하는지 (영어 : tear, rip, slit …), 어떤 물건에 어떤 성을 붙이는지 (불어 : la mer [바다, 여자], le pain [빵, 남자]), 모국어와 차이를 인식하고 그들의 상징체계를 이해하다 보면 어느새 같은 사물을 보아도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지 않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단, 다르게 보는 사고방식이 반드시 ‘가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내 손을 떠난 영역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최선을 다해서 결과물을 계속 낳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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