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중 한 단락
사고의 틀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파악해 새로운 주제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 무언가를 배울 때는 항상 큰 그림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때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 정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억하기도 더 쉽다.
- 빌 게이츠,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김영사, 2021)
기후변화라는 어려운 주제를 공부하기 위해 빌 게이츠는 ‘사고의 틀'을 만들었다고 한다. 맥락 없이 데이터가 등장하는 기사들을 보며 탄소발자국 1,700만 톤이 얼마나 큰 숫자인지, 전력 생산이 전체 온실가스* 비중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알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고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다섯 가지 질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기후변화처럼 어려운 주제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지만, 사고의 틀과 다섯 가지 질문은 이런 혼란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이 다섯 가지 질문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질문은 그에게 투자의 기준이 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10억 톤이라고 한다. 한 기사에서 유럽의 탄소배출 거래제로 연간 항공 산업 탄소발자국을 1700만 톤 줄였다고 보도했다. 일견 매우 큰 숫자처럼 보이지만 이는 전체 배출량의 0.03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체 배출량의 1퍼센트를 절대 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되는 기술은 투자 자금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기술들과 경쟁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나는 이 질문이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도(우선순위)를 가려내는 데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논의할 때는 가스를 배출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강과 시멘트 생산은 연간 배출량 16퍼센트인 자동차에 비해 덜 주목받지만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분야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2번 질문은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에는 우리가 주목하는 원인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질문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질문이 논리적 사고 기법에서 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약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MECE란?
특정 주제를 이루는 요소들을 상호 중복이 없고 전체적으로 누락이 없는 형태로 나타내는 것을 의미.
기후변화 관련 기사를 보면 발전소의 전력 생산량을 이야기할 때 종종 메가와트 기가와트 단위가 나온다. 이 숫자가 얼마나 큰지 알기 위해서는 비교할 대상이 필요하다. 빌 게이츠는 이를 위해 비교표를 제시한다. 세계에서 소비하는 전력량을 5000 기가와트로 잡고 중간 크기의 도시는 기가와트, 평균 적인 가정의 경우 킬로와트, 수백 기가와트나 그 이상은 나라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량을 접했을 때 그것이 큰지 작은지 크기를 판단할 수 있으며, 이를 생산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어떤 형태가 효율적인 전력 생산 방법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전력 밀도'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이는 주어진 크기의 땅이나 물에서 서로 다른 전력원으로 얻을 수 있는 전력의 양을 의미한다. 밀도가 클수록 적은 토지로 더 큰 에너지를 얻는다. 비교표에 의하면 태양열은 풍력보다 밀도가 높다. 제한된 땅 면적 안에서 어떤 전력원을 활용하는 것이 적합할지 고민할 때 좋은 질문 중 하나이다. 나는 이 질문이 프로젝트가 가진 리소스를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느꼈다. 인력과 가진 자원이 한정되어 있을 때 어떤 해결책을 선택할 것인지, 원하는 해결책을 위해 어떤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야 밀도가 높을지 고민하는 과정과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빌 게이츠는 화석 연료 기술보다 비싼, 깨끗한 그린에너지 기술에 붙는 가격 프리미엄에 ‘그린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을 붙였다. 이 개념은 의사결정 하는 데 아주 훌륭한 관점을 제공한다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단지 우리가 제로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줄 뿐,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보여주지 못 하지만, 다양한 그린 프리미엄은 우리가 어떤 해결책을 지금 당장 도입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안이 저렴하지 않을 때 어디서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린 프리미엄이라는 렌즈는 제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시간, 관심,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시각을 제공해 준다고 그는 말한다.
위의 다섯 가지 질문들은 다르게 접근하면 조직의 업무에서도 개인 삶 속 생애 주기에 있어서도 활용할 만한 관점이 아닌가 생각했다. 취직이나 이직, 승진, 신규 사업, 과제 등 중요한 과업들을 시간과 비용을 한정하여 프로젝트화 하여 접근한다면 충분히 고려해 봄직한 질문들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이 질문들을 잘하기 위해서는 모든 질문을 아우르는 기준이 필요하고, 그리고 각 질문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주는 용어나 개념이 있고, 그것을 모두가 이해하기 쉽도록 구체적인 대상과 비교하거나 우리가 친숙한 일상 속 예로 비유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조금 더 작게 쪼개어 다루기 쉬운 형태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이론적인 수준이지만, 빌 게이츠는 기후 변화라는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이것을 어느 대중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해 낸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이야기 한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까지 해준다. 진짜 친절하다. 이렇게 어렵고 막연하게 느껴졌던 기후 변화 데이터를 이렇게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주다니! 공학 기술 전문가, 혁신적인 기업가 이상의 대단한 수사학자 빌 게이츠다. 독서를 많이 하는 이유가 있다. 그가 휴가 때 읽는 책들을 미디어가 매번 조명하는 이유가 있다. 인정!
*온실가스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 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의 가스를 이르는 말로, 국내 6대 온실가스별 비중은 이산화탄소(CO2)가 91.4%로 가장 높다 (환경부 데이터,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