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습관은, 없애기보다 바꾸기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갤리온, 2012) 중 한 단락

by 김바리
그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믿음이었다. 그들이 뭔가를 믿는 법을 터득하자 그 능력이 삶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그들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던 것이다. 따라서 개조된 습관 고리를 항구적인 행동으로 굳힌 것은 믿음이었다.

-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갤리온,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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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안 좋은 습관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저녁 일과를 마친 후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고된 하루를 보낸 후 기분 전환으로 술 한 잔이 왜 나쁜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합리화로 인해 습관 고치기가 어려웠다) 문제는 절제에 있었다. 기분이 좋다고 한 캔, 조금 더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캔 더 마시다 보면 어느새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4캔을 몽땅 다 마셔버리는 때도 잦았다. 덕분에 내 위와 방광은 고생을 깨나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절제하지 못하고 음주를 한 후에 함께 마시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감정이 격앙되어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조언이 이어졌고, 나는 이 습관을 고쳐보기로 마음먹었다.


쉽지 않았다. 지금도 완전히 습관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과음을 하고 다음날 늦잠을 자버리는 때에는 또 한 번 실패한 나의 모습에 자책을 하기도 한다. 다만, 전보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 느끼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 특히 도움을 얻은 것은 아침 습관 형성, 제한량 선언, 그리고 공동체 활동이다.


습관에 관한 책들을 보면 어떤 습관을 없애려 하는 것보다 다른 습관으로 대체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같은 신호와 같은 결과(보상)이지만, 다른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퇴근 후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맥주를 마시던 습관을 바꾸기 위해 처음에는 저녁에 할 일을 만들었었다. 문제는 그 일들이 썩 즐겁지 않고 고통스러운 것들이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추가로 과제를 한다거나, 업무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퇴근 후 신체적, 정신적인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무언가를 추가 집중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래서 자꾸 빼먹고 회피하고, 결국 할 일을 못 했다는 자책감에 또 한 번 좌절했다.


나의 행동 패턴을 보면, 즐거운 일이 있을 때보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자주 술을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저녁에 정신적인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닌, 난도가 낮은 과제를 하거나, 내가 즐겁고 공부도 되는 일, 예를 들면 외국어 공부 등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조차도 별 효과가 없다고 느낄 즈음 발견한 새로운 방법은, 바로 새벽 기상이었다.


아침에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기상 시간이 빨라졌다. 그리고 그만큼 수면의 양을 확보해야 했기에 저녁을 일찍 마칠 수 있었다. 아침에 꾸준히 글 쓰는 습관을 만들기로 결심한 뒤로 최근에는 기상 시간을 조금 더 앞당겼고, 저녁에는 더 일찍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다.


재밌는 건, 사실 저녁에 10시에 잠자리에 가나, 11시에 잠자리에 가나 중요한 일을 마치는 것은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 일을 해야 해'라는 의무감만 가지고 할 일을 미뤄오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시간을 쓰느라 저녁 늦게까지 시간을 끌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경험이다.


물론 매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제주 여행을 다녀온 후 감기 몸살에 시달리느라 아침에 일어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겨우겨우 8시 즈음 일어나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무 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기상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운동을 한다는 나만의 지도가 있기 때문에 분명 곧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습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 책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습관을 만드는 데 행동을 바꾸는 것이 기여를 했다면 그 습관을 계속 이어가는 데에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더불어 책에서는 그 믿음을 주는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한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작은 마을버스를 타고 체육관 건물 앞에 내렸을 때 맡을 수 있는 새벽 공기 냄새가 좋다. 몸을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추위에 몸을 비비며 수영장으로 나왔을 때, 나와 같이 아침 수영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물속에서 다리를 총총거리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좋다. 추운 겨울에 동도 트기 전 언덕 위 체육관에 모여든 사람들의 열정을 나눠갖는 기분이 든다. 새벽 기상을 잘하기 위해 5시 기상 모임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아침 수영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슨하게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아침 기상 습관의 뿌듯함을 느낀다.


나쁜 습관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 습관을 대체할 좋은 습관을 하나 만드는 것.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야 그 힌트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므로 여러분, 만일 저녁에 안 좋은 습관이 있다면 아침 일찍 좋은 습관을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이처럼 어떤 변화가 가능한 듯한 모임에 가입할 때, 변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삶의 방식을 철저하게 바꾼 사람들 대부분은 중대한 순간이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재앙을 겪지 않았다. 그들에게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게 만든 공동체, 혹은 개인이 주변에 있었을 뿐이다.

-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갤리온,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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