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브레그먼, ≪팀장 감정 수업≫ (청림출판, 2020) 속 한 단락
인생에서 특정한 시점과 특정한 시기에 우리는 덜 중요한 사람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바로 이 질문이다. 당신은 그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 피터 브레그먼, ≪팀장 감정 수업≫ (청림출판, 2020)
새로운 장소에 가면 으레 하는 스몰 토크가 있다. “어디 사세요”, “무슨 일 하세요”, “어디에서 일하세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와 같은 대화. 이것이 나에겐 절대 작지 않았다. 하고 있는 직무를 이야기할 때 근사해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고, 다니는 직장은 말했을 때 사람들이 알아주길 원했으며, 나이를 말했을 때는 조금이라도 더 어려 보이고 싶은 아쉬움을 담았다. 그랬기에 나의 스몰 토크는 작고 가볍게 대답하기에는 크고 무거웠다.
새로 만난 누군가와의 개인적인 대화를 어려워했던 이유가 이런 부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에 대해 천천히 보여주기 전에 말로 들려주어야 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존재인지 증명하려 애쓰는 모습, 나는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불편했던 게 아닐까.
낯선 상대일수록, 공적인 대화를 나눌 때일수록 취약한 면을 드러내기가 어려워진다. 자신의 단점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것은 어찌 보면 승부에서 패를 하나 버리고 시작하는 게임과도 같이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자꾸 강한 척, 센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잘 아는 척, 척, 척, 척하게 된다. 그렇게 척을 하다가 보면 가면 증후군* 비슷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이윽고 진짜 나와 남들 앞에서 나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며 자신의 그림자를 들킬까 봐 점점 더 두텁게 벽을 쌓아간다.
*'가면 증후군(임포스터 증후군, Impostor syndrome)'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이 뛰어나지 않다고 여기며 불안감을 느끼는 마음으로,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다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상이다. (출처 KPMG)
관점을 바꿔보자. 애초에 왜 이 상황을 승부 게임이라고 느끼고 있는 걸까? 왜 나의 단점을 드러낸다고 느끼는 걸까?
이에 대한 힌트를 사이먼 시넥의 책 <인피니트 게임>에서 얻었었다. 지금의 시장은 결승선도, 경쟁자도, 규칙도, 심지어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한게임’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변화와 위기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한 수 앞을 먼저 보는 전략이 있다. 바로 타자나 타 회사를 경쟁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목적의식을 달성하기 위해 한 팀으로 보는 것이다. 한 수 앞을 먼저 보는 사람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시넥은 말한다.
불편한 상황, 어려운 일을 맞닥뜨렸을 때 내면적으로든 표면적으로든 갈등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것은 나 스스로의 감정의 불편함이 될 수도, 타자와 겪는 긴장감이 될 수도 있다. 이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서로가 느끼는 감정에만 매몰되다 보면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갈등은 깊어져 관계도 악화된다. 관계도 좋아지고 문제도 해결되면 좋겠지만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지 친구를 사귀러 온 곳이 아니다 (라고 보통 대표님들은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나도 상대도 지킬 수 있고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목적에도 부합할 수 있다.
서로가 가진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그들의 기분이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지에 에너지를 많이 써왔다.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이 건강한 사고방식이 아니라는 걸 경험을 통해서 깨달아 가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말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메일 출근을 하고 있다면,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좇는데, 그리고 나를 돌보는 데 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에너지가 남는다면 타인에게 베풀라고 말이다 (이 이야기는 <시스템>의 저자 스콧 애덤스의 조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조차도 나는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초라해질 때는 스스로에게 기꺼이 연민을 보내자. 내가 건강하고 똑바로 서있어야 남에게도 친절하고 일도 더 잘할 수 있다. 나를 먼저 돕자,라고 스스로에게 한번 더 다짐한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 없이 그저 현재에 집중할 때, 단순히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낼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아보라. 주변의 온갖 의사결정, 행동, 결과물에서 자신이 아무 중요성이나 의미를 갖지 못할 때조차도 매 순간 아무 목적 없는 상호작용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피터 브레그먼, ≪팀장 감정 수업≫ (청림출판,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