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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Mar 05. 2024

영적인 삶, 왜 필요할까

필립 셸드레이크, ≪영성이란 무엇인가≫ (불광출판사, 2023) 중

모든 영성은 공감, 인내, 관용, 용서, 만족, 책임, 조화, 동료 인간에 대한 관심과 같은 인간적 자질의 계발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 필립 셸드레이크, ≪영성이란 무엇인가≫ (불광출판사, 2023)



영적인 태도란 무엇일까, 영적 경험은 또 무엇일까. ‘영성', ‘번영', ‘초월'. 듣기만 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 단어들이다. 때문에 이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우주, 그리고 예배를 드리리는 사람들의 경건한 모습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하자면, 나의 영성에 대한 관심은 책 <다섯 가지 부>를 읽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에서는 부자가 된다는 것이 반드시 금전적으로 풍족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삶의 전반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의 균형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다섯 가지는 신체, 정신, 재정, 관계, 그리고 영적인 부였다. 


당시엔 ‘영적인 부'가 왜 필요할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읽어갈수록, 영적인 부를 실천한다는 것이 우주,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분류하지 않은 나의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영적 충만함을 위한 경험들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영성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유형으로 분석하는 이유는 어떤 특성을 공유한 지혜와 유행의 스타일로 구분하여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저자는 영성을 금욕적, 신비적, 능동적 - 실용적, 예언적 - 비판적 영성, 이렇게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나의 경우 신비적 영성과 능동적-실용적 영성의 유형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새해가 다가오면 그해의 운을 점치기 위해 신년 운세를 찾아본다거나, 타로 점을 보는 것, 또는 누군가의 시험을 앞두고 기도를 드리는 행위, 이런 것들이 신비적 영성의 실천에 해당된다. 능동적-실용적 영성의 경우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영적 의미와 지향을 찾고자 하는 것으로 수용, 용서, 동정, 관용, 자비, 사회적 책임, 자기 중심주의에서 벗어남 등 인간의 미덕에 깃든 영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네 가지 유형 중 예언적-비판적 영성은 조금 낯설었는데, 이는 이웃을 섬기는 실천을 넘어 사회비판과 사회정의를 영적 과제로 바라보고 헌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치당에 대한 급진적 저항, 서구 국가들의 페미니스트 영성과 생태 영성과 같이 정치적, 사회적 운동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런 운동을 영성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 흥미로웠다.


책 내용은 이어 삶의 방식으로서 영성의 구체적인 실천 사례, 사회의 영성 (주로 예언적-비판적 영성으로 분류되는), 종교와 영성, 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제언으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후루룩 읽기에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영성이라는 개념자체가 낯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사례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역사་문화적인 맥락의 지식이 더 있었다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영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나를 포함)의 원천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적인 타이탄, 창조가들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때, 영성(Spirituality)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에 ‘어떻게(How To)’하면 영적인 태도를 가지고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런 질문을 가지고 읽기에 이 책은 Q&A가 되어주지는 못했지만, 글쓰기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글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과도 같은 느낌의 책이었달까. 


영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힌트를 얻기는 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으로서 의미 있는 삶인가,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힘을 얻는 과정이  영적 경험이 아닐까 싶었다. 금욕을 하거나, 과학으로 풀어낼 수 없는 신비로움을 가지거나,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실용적이거나, 미래를 예언하고 비판하며 목소리를 내거나,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일상에서 어떻게 영성을 실천할 것인가?


성당을 짓고 있는 석공 세 명에게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 명은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고, 다른 한 명은 “교회를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지막 한 명에게 물었을 때 그는, “하나님의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한다.  


내가 하는 생각과 나의 행동이 현실 너머 더 큰 뜻, 더 큰 미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상상하고 임하는 것, 그것이 비단 직업적인 영역뿐 아니라 삶의 전반을 대하는 태도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영성은 순전히 결과 지향적인 것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한다. 이미 보았듯이 의료에서는 의학과 치료 중심 모델 이상을 제공하며, 교육에서는 통합적인 지적・도덕적・사회적 발달이 이와 분리된 생산기술이나 직업상 기법을 습득하는 것만큼 중요함을 시사한다. 

- 필립 셸드레이크, ≪영성이란 무엇인가≫ (불광출판사, 2023)



기능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인정을 주고받는 것, 영적인 삶이란 저자의 말대로 '인본주의'를 기본으로 한 삶의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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