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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Mar 10. 2024

쓸모없는 사람

[나위쓰 2기] 감정을 중심으로 회고하는 에세이 글쓰기 4주차


이 감정은 자신을 먼저 소개하는 법이 없다. 시간과 노력을 쏟은 일이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될까 봐, 이 일로 내가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킬까 봐. 기쁨이라는 친구의 뒤로 숨은 채 마치 기쁜 척, 즐거운 척 극을 연출하기 시작한다. 뜻대로 흘러갈 리 없다. 주인공인 감정들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억지로 떠밀려 나온 기쁨과 까칠함과 분노 친구들만이 무대 위를 어색하게 휘젓고 다닌다. 별안간 관객들은 그 모습에 당황을 하고, 누군가는 퇴장하거나 또는 졸기 시작한다. 


솔직하고 싶다. 지금 두렵다고, 걱정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은 어른의 세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나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무대 뒤 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흐느끼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 본다. “너는 지금 무엇을 원하니?”, “어떤 상황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니?” 그가 대답한다.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려워요”, “다른 감정들보다 더 못난 거 같고 연기도 못 하고 춤도 못 추는 것 같아요". '듣는 이'는 말한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나도 너와 비슷한 감정을 자주 느낀단다"


새롭게 맡게 된 일을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 내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 누군가의 축하할 일을 지켜보며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과 함께 지낸 며칠이 있었다. 이 마음의 공간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은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지도 못한 채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대화가 필요했다.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이 누군가도 느끼는 것임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약한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겁쟁이처럼 느껴질까 봐 두려웠다. 그는 자신의 감정의 오르내림 미터의 배터리를 빼버리곤 분리수거 통에 던져 넣어버렸다. 그리곤 흐느끼는 대신 원초적인 방법으로 감정을 잊으려 했다. 또다시. 같은 쾌락의 방식으로.


웅크리다 지쳐 불안이 내린 작은 결론은 이것이었다. ‘대충 살고 싶다'. 아무도 열심히 느끼고 살라고 하지 않았는데, 난 왜 이렇게 무의미한 곳에 마음을 쓰는 걸까, 이제 그만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고 그는 생각했다. 


“대충 살고 싶어요.”


“대충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데?”


“그냥, 목표 없이, 노력 없이, 그날그날 주어진 거 하면서 적당히 사는 거요”


'듣는 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것 아냐?”



불안은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듣는 이의 말이 맞았다. 불안은 대충 살고 있었다. 몸은 말이다. 불안의 생각이 열심히 살고 있었다. 무대 위의 기쁨, 분노, 질투와 같은 조연들을 이리저리 지휘하면서 말이다. 불안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마음의 공간을 박차고 나와 불안은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나는 진정 뭘 원하는 걸까?


쓸모. 결국 쓸모에 대한 고민이다. 나는 쓸모 있는 인간인가, 내가 하는 일이 저들에게 의미 있는 일일까, 내가 이 장소에서 배우는 게 있나, 도우는 게 있는 걸까, 내가 저 기쁜 순간을 누리는 친구와 같은 삶의 길을 걸어야 평범한 사람인 걸까. 불안이 서술한 구체적인 문장들은 사실은 더 큰 쓸모의 차원의 문제였다. 


한참을 달리고 돌아온 불안은 갑자기 쓸모가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이 없을 것 같았다. 이럴 땐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자,라고 말한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불안은 건강한 주스를 마시고, 글을 쓰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


홍제천을 따라 달리며 ‘나중에 볼 동영상'에 넣어둔 영상들을 몰아 들었다. 그중에는 철학자 강신주 작가 님의 강의도 있었다. 장자가 ‘쓸모'에 관해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최근 들어 느낀 감정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하나의 색을 가진 색의 변주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는 이번주 내내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나는 쓸모를 인정받으려고 했나 보다. 그래, 이런 나의 초라한 마음을 그만 인정해 주자. 


한편, 쓸모없이 느껴질 때의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작가 님은 ‘당당히 쓸모없으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마인드로 살기엔 순살 개복치의 삶은 녹록지 않다. 마법의 주문을 외든, 나만의 엉터리 쓸모 기준을 만들든, 삶을 잘 살아낼 궁리를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쓸모없게 느껴지는 순간 여러분들은 어떻게 자신을 대하시나요? 


성공적인 최면술이  있다거나, 유사 과학적 비책, 무엇이든 효과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어떤 것이 불안과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가? 





만화 딜버트의 작가가 말하길,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자 에너지를 갉아먹는 주범은 바로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은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처리할 방법을 모르는 데서 온다. (...) 만화를 그리면서 내가 겁낸 문제들의 90퍼센트는 단지 방법을 몰랐던 것들이었다. 모르면 물어보라. 그러면 너무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 스콧 애덤스, ≪더 시스템≫ (베리북, 2020)



일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기술은,

1. 깊은 숨쉬기: 깊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셔 몸의 이완 반응을 활성화하여 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횡령 호흡이나 4-7-8 숨쉬기 기술과 같은 기술을 시도해 보세요.

2. 정신수련과 명상: 마음수련 명상과 같은 실천법은 마음을 현재 순간에 집중시키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여줍니다.

3. 점진적 근육 이완: 이는 몸의 각 근육 그룹을 긴장시키고 천천히 풀어 이완시키는 것으로, 신체적 이완을 촉진하고 긴장을 줄입니다.

4. 규칙적인 운동: 신체적 활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내연소독제 역할을 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증가시켜 기분을 좋게 합니다.

5. 건강한 생활 습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과도한 카페인과 알코올을 피하는 것은 모두 정신적 안녕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6. 지원 찾기: 친구, 가족 또는 상담사와 대화하는 것은 감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상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7. 인지행동 기법: 인지행동 치료 기법(CBT)인 인지재구조화와 노출 치료와 같은 기법은 비합리적인 생각을 식별하고 도전하며 두려워하는 상황을 점진적으로 대면하도록 도와줍니다.

8. 이완 기술: 침착한 음악을 듣거나 온수 목욕을 하거나 요가를 실천하는 것과 같은 활동은 이완을 촉진하고 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9. 현실적 목표 설정: 과제나 도전을 더 작고 관리하기 쉬운 단계로 나누고 그 과정에서 진전을 축하하세요.

10. 유발요소에 노출 제한하기: 특정 상황이나 활동이 계속해서 불안이나 두려움을 유발한다면, 그것에 노출되는 것을 제한하거나 그럴 때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불안과 두려움을 관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발견하는 데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불안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방해가 된다면 상담사나 상담사로부터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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