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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Mar 11. 2024

다독이지 않으면 곪아터진다

일레인아론,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웅진지식하우스, 2011) 중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으려면 먼저 왜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는지 알면 도움이 된다. 사회의 완벽주의에 동화된 것인가? 스스로 결함이 없고 ‘너무 민감'라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인가?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서인가? 자신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자. 지금은 모른다고 해도 알아내야 한다. 아니면 다시 오만해지고 스스로를 혹사시키게 될 테니까.

- 일레인 N. 아론, 노혜숙 옮김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웅진지식하우스, 2011)



나의 예민함에 지친 한 주를 보냈다.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자극 (부정적인 감정을 동반하는)을 너무 많이 느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자꾸만 주관적이고 관념적인 생각의 회로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런 내 감정, 어떻게 더 잘 다룰 수 있을까? 


극약 처방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았고, 대화를 많이 나눴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런데 기분이 나아진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기분이 더 나빠졌다.  비교하고 질투하고,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이 감정을 그냥 ‘자존감이 낮다'는 것으로, 어떤 부분에서 조금은 둔하게 반응하는 내 모습을 ‘나이를 먹어서', 커피를 내리고 머신 전원을 끈 후 물그릇을 갖다 대는 행동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로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들. 이 말이 정말 다 정말 맞는 걸까? 


마음이 이미 약해져 있을 만큼 약해져 있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던지는 말에 더 쉽게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런 나의 예민한 부분을 어떻게 더 잘 다룰 수 있을까? 오랫동안 구석에 넣어두었던 책을 다시 꺼내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이 민감한 사람이 자신을 잘 단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적절한 활동'을 제안한다. 


 “자신의 민감성에 대해 모든 것을 배워야 해요. 때로 위축된 기분이 들 때는 집에만 있고 싶어 지죠. 하지만 그러면 결국 자기 손해예요. 나는 바깥 세계와 만나고 돌아와서 거기서 배운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요. 민감성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선물이에요. 물론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세상과 자신의 몸을 향한 문을 닫아놓고 싶어 해요. 또한 두려워하죠. 하지만 그래선 안 돼요. 좀 더 자기표현을 해야 해요.”

- 일레인 N. 아론, 노혜숙 옮김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웅진지식하우스, 2011)


그들과 나는 같은 방식으로 느끼지 않음에도 나는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리곤 내 생각과 다른 그들의 해석에 크게 의존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자, 나의 정서적 안정을 책임져준다는 이유로 나는 어쩌면 나는, 모든 것을 그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지금, 또 다른 형태의 심리적 독립이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나만의 세계에서 나만의 해석을 믿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런 해석을 하며 사는 사람들과 더 많이 둘러 싸여 외롭고 싶지 않다. 네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라고,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그런 심리적 안전기지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저자의 책 내용대로 상처받은 마음을 끌어안고 집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민감성을 활용해 마음을 열고 두려움으로부터 한발 짝 밖으로 내딜 필요가 있다. 


“나는 사물에 깊이 감동하지요. 그 강렬한 기쁨을 잃고 싶지 않아요.” 그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많이 외롭습니다. 슬픈 일들이 더 많았죠. 하지만 인생에는 두 가지가 모두 있는 법이에요. 나는 어떤 영적인 해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 일레인 N. 아론, 노혜숙 옮김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웅진지식하우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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