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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Apr 11. 2024

위대한 일, 작은 일

앤 라모트,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 (웅진씽크빅, 2015) 중


‘희망은 어둠 속에서 시작한다'라는 말,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작가 앤 라모트의 말인데요. 통제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고통, 상실, 좌절을 마주할 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죠. 금세 툭툭 털고 일어날 때도 있지만 그 고통이 오래갈 때면 더 이상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펼쳐보면 좋은 그녀의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오늘 읽은 챕터 <방향을 잃었다면 하던 일을 계속하라>에서는 어느 일요일 작가가 다니는 교회 목사가 들려준 참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깃털 어깻죽지 아래로 땀을 흘리며 두 다리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고 길가에 누워 있는 참새에게 말이 다가와 대체 왜 이러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참새는 하늘이 무너진다고 들었기에 도움이 될까 한다고 대답해요. 이에 말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코를 킁킁거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 앙상한 다리로 하늘을 떠받칠 수 있다고 ‘정말로' 생각하는 거니?” 그러자 참새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야.” 이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고 자문해 보았다고 해요.


테레사 수녀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위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작은 일들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 말은 내게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있고 이틀이 지나 열린 주일학교에 선생님으로 나섰다. 솔직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늘 같은 말을 하게 되어 있었으니까.

- 앤 라모트,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 (웅진씽크빅, 2015) 


저는 이 부분이 참 좋았어요. 테레사 수녀의 말을 빌려 작가에게 작은 일을 여러 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해 주었으니까요. 때때로 우리는 커다란 고통과 절망에 빠진 순간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큰 희망과 큰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곤 하잖아요. ‘위대함’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고통의 순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용기로 실현되는 것을 지켜보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사회적 기업 대표 분이 한 모임을 갔었대요. 몇 십 년 동안 비슷한 일을 해오신 분들이 모인 자리였는데, 분위기가 진지하고 심각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엄청 화기애애하고 재밌으시더래요. 약간 의아해하면서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해요.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얼굴이 좋으시냐고'. 그랬더니 한 분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완전한 어둠보다는 작은 촛불이라도 있는 어둠이 그래도 조금 더 밝은 세상이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그런 믿음으로 살아오신 분들의 얼굴은 하늘을 떠받치려는 노력을 하던 참새와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슬픔이 우리를 주저앉혀도 희망을 품고 있는 한 우리는 자신도, 다른 사람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믿을 필요가 있습니다. 미궁 속에 빠져 주저앉은 사람과 같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양지로 떠오를 수 있는 지지대가 되어 줄 테니까요.


위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한다, 이 말 참 멋진 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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