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나를 더 잘 알기
변화는 중립적이어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습니다.
내가 준비했으면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될 뿐입니다.
-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125p
소위 VUCA의 시대라고 말하듯, 변동성(Volatility)·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을 특징으로 하는 예측불허의 모습으로 세상은 매일매일 다르게 변화할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는 더 자주 선택의 순간에 놓일 것이며 그만큼 실패하는 절대적인 횟수 또한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반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겠지. 변화의 상황에 당황하고 흔들려 선택하기를 주저한 채 동굴 속으로 들어가거나, 혹은 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변화를 마주해 그 안에서 최대한 경험의 의미를 찾아보거나.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예민하지만 자극은 필요한 사람들’은 후자가 되기로 마음먹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 역시 그런 사람에 속하고.
그렇다면 문제는 변화 속에서 선택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잘 반응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경향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성격이나 성향이 아니라, 경향성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맞닥뜨리는 상황에 반응하는 경향을 의미하는 것이지, 반드시 '나는 이럴 때 이렇게 반응해.'라고 못 박아버리면 그것이 나의 사고와 행동을 제한 짓고 다른 이를 볼 때에도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지고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를 알기 위해서 나오는 이런저런 테스트들이 참 많이 알려지고 있다. MBTI, TCI, HSS HSP TEST, 애니어그램 등등. 개인적으론 특히 자극 추구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HSP 성향 테스트와 네 가지 뇌 호르몬에 관한 내용을 잘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HSP 성향 테스트'를 통해서는 내가 얼마큼 자극에 예민한 사람인지 경도를 측정할 수 있어서 좋고, 또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옥시토신 이 네 가지 뇌 호르몬에 대한 내용을 학습하게 되면 자신이 주로 어떤 분야에서 행복을 느끼고 무심코 행동하는 것들에 어떠한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올바른 방법으로 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심리학, 뇌과학 지식을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행복 화학물들: 자연스럽게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옥시토신과 친구가 되는 법
나의 경우 HSP 테스트 결과 경도의 예민함임을 알 수 있었고, 도파민과 옥시토신을 특히나 갈구하는 (?) 성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에 있어서 성취와 보상에 목매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과한 업무를 한다거나 굳이 세세하게 매니징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까다롭게 신경 쓴다거나 하는 바람에 쉽게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추진하는 일이 진행이 조금이라도 잘 안될 경우엔 그만큼 더 좌절감도 컸던 것 같다.
한편, 관계에서 비롯한 애정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건강하게 표현되지 않은 경우들을 돌이켜보면 연애나 친구 관계, 일적으로 가볍게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관계 사이에서 부정적인 나의 생각과 갈등을 회피하는 나의 행동들로 인해 많은 관계를 끝내 왔고 끝낸 후에는 후회와 아쉬움들만 많이 남았던 거 같다.
HSP 테스트에, 뇌 호르몬에 대한 이해를 통해 느낀 것은, 일에서 관계에서 또 나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무언가 행동 하나에 생각 하나에 큰 무게를 두고 임하다 보니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단순하고 쉬울 수 있는데도 내가 너무 어려운 방법을 쫓아왔다는 깨달음도 들었다. 이러한 깨달음은 물론 단순히 테스트 한 번과 한 조각의 지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며, 관계가 힘들고 일이 힘들고 내가 힘들 때마다 많은 힘이 되어준 여러 책들의 빚을 많이 진 덕택도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나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은 이 사람의 말에 흔들리고, 도 어느 날은 저 사람의 말이 흔들리기 쉬운, 지적 욕구에 있어서는 매우 개방적이고 팔랑귀인 나지만 (?) 지식과 경험의 레이어가 층층이 쌓이면서 나의 주관을 더욱 확고히 해야 내가 어떤 변화에서든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강해진다.
우리는 이 세상에 매우 민감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사실에 비추어서 과거의 상당 부분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부모, 교사, 친구, 동료, 그리고 우리 자신조차 민감한 특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 따라서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매우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자신감이 특히 중요하다. 자신감이 생기면 새로운, 그래서 매우 자극적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일이 줄어든다.
- 일레인. N. 아론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23p
다음 아티클에서는 이렇게 나를 아는 단계를 거치고 나서, 앞으로 일과 인간관계, 그리고 나 스스로와 더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가짐과 습관을 가졌던 게 도움이 되었는지, 또 어떤 접근법을 시도해 보고자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