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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Apr 27. 2024

모두가 원하는 일을 하며 서로 잘 돌보는 세상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생각의힘, 2021)

남녀 소득 격차, 일터에서, 일터 밖에서 벌어지는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탐욕스러운 일greedy work에 있다고 말한다. 탐욕스러운 일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남녀 임금 격차와 성평등 이슈를 불러온다는 것일까?



그녀가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와 데이터를 보면, 남성과 여성의 초반 임금 격차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며 여성들은 짧든 길든 경력 단절을 겪게 되고, 또다시 일자리를 찾을 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유연한 근무'를 선호하게 되는데, 이것이 5년, 10년 후 장기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이 정도의 정보는 우리도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정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저자는 ‘경력 단절'이나 ‘유연한 근무'로 인한 결과적인 문제 이전에 그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선행 이벤트를 들여다본다. 바로 ‘직업의 선택'이다.


양육과 돌봄에는 시간이 든다. 그만큼 남편과 아내 중 누군가는 돌봄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돌봄에 있어 온콜on call [긴급 호출에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상태] 임무를 누가 맡느냐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여성에게 부과되어 왔다. 때문에 그들은 유연한 업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유연한 업무는 항상 대응이 가능한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기 마련이다. 한쪽이 유연한 근무를 택하면 가정의 경제를 위해 다른 쪽은 탐욕스러운 일greedy work [장시간 근무, 예측 불가능한 일정, 퇴근 후의 온콜, 잦은 주말 근무]을 택하는 대가로 비례적인 수준보다 훨씬 높은 보수를 주는 일자리를 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는 ‘시스템'에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돌봄의 영역이 경제의 영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돌봄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바꿈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성평등과 부부간 공평성을 이룰 수 있을까?


그녀가 내놓는 답은,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돌봄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고, 유연한 일자리 더 많이 만들되, 그 일들이 충분히 생산적일 수 있게 만들어 남성도 여성도 아이를 잘 돌보고, 커리어 또한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몇 년 안에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여성들이 커리어, 가정, 공평성을 달성하려면 여성들이 회사에 요구하는 것과 동일한 것을 남성들도 회사에 요구해야 하고 여성들이 일터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남성들이 집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아야 한다.

- 클라우디아 골딘, 김승진 옮김 ≪커리어 그리고 가정≫ (생각의힘, 2021)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하지 않는 성인들이 늘어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났다. 이것을 문제로 보고 해결한다는 취지로 신혼부부에게 집을 마련하는 대출을 낮은 이자로 제공하거나, 특정 지역에서는 다자녀 출산 시 얼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저자가 이러한 대책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여성의 커리어 문제, 남성, 여성의 소득 격차 문제, 저출산, 결혼하지 않는 1인가구 등 일과 가정을 유지하는 여러 문제는 생각보다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한 발생하는 문제의 모양이 변하면 이와 관련된 요소를 바라보는 관점도, 대안도 달라져야 하지 않은가,라고 느꼈다.  과거의 역사에는 돌봄은 비생산적인 영역에 속했지만, 이제 돌봄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저자가 말한 노동 시스템의 개혁이 현실이 될 날이 언제 찾아올지 궁금하다.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조직적으로, 국가적으로 노동력과 예산이 들어간다는 것이고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더 큰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할 테지. 책을 읽고 아쉬웠던 건, 소득 격차, 성평등, 저출산 등의 현상을 해결할 대안으로 ‘개인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내용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투표를 하자, 로 귀결되는 셈인데 이외에도 평소에 어떤 노력들을 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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