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구치 슈,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중 한 단락
저명한 경제학자, 경영가, 투자자들은 독서의 힘을 자신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들곤 합니다. 특히, 비문학과 고전의 독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 하곤 하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저 역시 30대에 들어서서 경제경영 도서를 읽기 시작했고, 고전을 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성장과 비즈니스 역량을 기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단순히 읽기만 해서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통찰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야마구치 슈의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발견했습니다. 미술사, 철학을 전공한 작가는 광고 회사에서 마케팅 전략을 만들고, 다양한 기업의 신규 사업 전략을 수립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의 조직 개발과 인재 육성을 지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는 이것이 전적으로 독학 덕분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독학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길어지는 노동 기간과 짧아지는 기업의 전성기를 언급합니다. 이로 인해 직장인의 상당수는 직업 인생에 큰 변화를 체험할 수 밖에 없는데, 이때 파도타기를 하듯 전성기인 산업과 기업의 물마루를 잘 갈아탈 수 있는 사람과 파도에 휩쓸려버리는 사람 사이에는 총체적인 인생의 풍요로움에서 큰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풍요로움이란 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업무의 보람, 경제적 보수, 정신적 안정과 같은 것을 뜻합니다.
저자는 지적 생산을 최대화 하기 위해 독학 메커니즘을 제안합니다. 이것은 전략 - 인풋 - 추상화 구조화 - 축적의 네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여기서 ‘전략’이란 어떤 테마에 대해 지적 전투력을 높이고 싶은지 그 방향성을 생각하는 것이며, ‘인풋’은 전략의 방향성에 근거해 책과 기타 정보 소스로부터 정보를 획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상화 및 구조화’는 인풋한 지식을 추상화하고 다른 것들과 연결짓는 것으로, 나름의 독특한 시사점, 통찰력, 깨달음을 만들어내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축적’은 획득한 지식과 추상화 및 구조화로 얻은 시사점과 통찰력을 묶어 세트로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해두는 것을 말합니다.
저자는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독학’의 의미에 대한 오해를 언급합니다. 흔히들 ‘인풋’에만 집중하곤 하는데 그런 식의 독학은 단지 잡학적인 지식을 늘릴 뿐 책에서 내세우는 ‘꿋꿋하게 살아남기 위한 지적 전투력 강화’라는 목표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죠.
세계사를 독학으로 공부한다고 해보자. 역사를 공부한다고 하면 대부분 연표와 연호를 암기하는 것을 연상하기 쉽다. 역사 검정 자격증을 취득해 자기만족에 빠지고 싶은 것이 목표라면 인정하겠지만, 지적 생산 능력의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이는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연도와 고유명사 등이 나열된 텍스트의 배후에 생생한 인간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건이나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생각하면서 인간과 사회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 야마구치 슈,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저자는 공자의 ≪논어≫를 인용해 독학하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두 가지 함정을 지적합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는 사람은 위태로워진다고 말이죠. 이 부분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제가 특히 우려하고 있던 지점이기도 해 무척 공감이 되었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저는, 알고 싶은 주제가 있거나 관심있는 작가가 있으면 그 한 권의 책을 읽고 저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며 그대로 흡수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흡수한 지식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기회가 없는 경우, 책은 마스킹 테이프만 덕지덕지 붙은 채로 몇 개월동안 침대 한 켠에서 잠만 자고 있었죠. .
독서의 경험을 오랜 기간 쌓아가며, 제가 읽은 책의 저자의 생각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가며,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한 주제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이후로는 읽은 책의 일부 내용을 정리하고, 나의 생각을 덧대 정리하는 단계로 뻗어나갔고요. 야마구치 슈가 이야기하는 독학의 메커니즘에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 동물행동학 서적을 읽고 조직에서의 권력 구조에 대한 통찰을 하는 그를 보며 ‘나는 아직 이 수준은 아닌데’라며 감탄합니다. 독학 마스터로서 갈길이 아직 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