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철, 책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중 한 챕터
2005년, 일본에서는 정규직을 갖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프리타'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었고, '츠타야'라는 서점은 단순히 책과 CD를 파는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사회의 한 단면만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눈으로 본 그 경험은 '한국의 10년 후를 알고 싶다면 일본의 지금을 보라'는 말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을 목격하면서, 10년 후의 일터와 일상이 어떻게 변할지 더욱 막연하게 느껴집니다. 인생이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애주기에 맞는 과업을 해나가는 것이라면, 먼저 인생을 산 어르신이나 아직 해보지 않은 경험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미래 앞에서는 20대의 청춘도, 60대의 노년도 자신의 미래가 지도 없는 외딴길처럼 느껴져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이라는 책을 펼친 이유입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일본의 대응이 정답은 아니지만, 2000년 초부터 20여 년간 이어온 일본의 고령사회에 대한 고민과 대처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읽은 챕터 <신고령 세대의 키워드>에서는 고령자들의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의 변천을 추적한 보고서를 소개합니다. 하쿠호도 연구소는 30년간의 연구를 통해 신세대 고령자의 세 가지 특성을 도출했습니다. 첫째, 은퇴하지 않는다. 둘째, 의존하지 않는다. 셋째,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60세가 지나도 사회와 인연을 유지하려고 하고,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무리하게 애쓰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현재의 생활에 집중하는 세대.” 하쿠호도 연구소는 요즘 고령자들과 과거 세대의 가장 큰 차이를 “인생의 장기전에 대비, 지속가능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코앞에 닥친 과제(문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과제를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힘)이 있다는 점이 제2세대 고령자에게서 새로 발견된 고령자 DNA라는 것이다.
- 김웅철,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유캔(You can)'은 일본의 대표적인 온라인 평생교육 기관으로, 취업과 이직, 전직, 창업에 대비하는 150여 종의 다양한 자격시험 강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50세 이상 시니어 수강생이 크게 늘면서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기나긴 노후를 대비해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캔의 신규 강좌를 보면 건강, 일, 취미, 스타일 등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뉴 시니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규 강좌는 앞으로 고령사회에 등장할 새로운 직업과 비즈니스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유명 취업·이직 사이트 '도다(doda)'는 제2의 직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 배움을 지속하는 향상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좌절만 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 곳곳에는 분명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과거로부터, 혹은 현재의 다른 곳에서 그러한 힌트를 모아 나만의 지도를 그려나가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