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거기 누군가님, 우리 서로 추앙해 보도록 해요
일과 취미와 자기계발, 그리고 연애도 잘하고 싶은 나의 욕심에 나조차도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스스로의 정신적, 체력적 한계를 모르고서 모든 것을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붙잡고 있었고 때문에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었지.
올해는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에 스트레스받을 것 같으면 일부러 속도를 늦추려고 하고 있고, 생각도 몸도 쉬어주려 하고 있고, 관계도 덜 하고 더 하고 없이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균형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시간을 분배하다 보니 오히려 가족과의 시간은 이전보다 더 줄고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 느슨해지고 있고, 나라는 사람의 색채는 점점 채도를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아이러니 한 요즘이다.
핑계를 대어왔다. 내가 하는 일이 잘 되어가지 않으면.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능력이 없어서.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다 내가 만든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이를 먹으며, 재정적 여유가 생기며, 또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스스로 해낸 일에 대해 성취감을 가지며 깨달아 가고 있다.
그러기에 다시금 우선순위를 생각하고 목표를 생각한다. 최근에는 14일짜리 골 트래커를 샀다. 딱히 자기계발이나 습관 형성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 그리고 개선하고 싶어 하는 마음가짐을 훈련하기 위해 14일 목표 트래커를 사보았다. 이곳에는 무엇이든 상관없이 내가 두려워하고 망설이던 일, 어느 것이든 하루에 하나 정해해내는 것을 목표로 적고 있다.
지금까지 3번의 14일을 거쳤다. 나에게 용기가 필요했던 일 중 인상 깊었던 것을 보자면, 대표님과의 면담, 새로운 역할과 권한의 수락, 평소 대화하기 어색했던 동료와 프라이빗 대화하기, 자기 전에 피부에 투자하기 등이 있다. 어떤 것은 나의 일하는 태도에 대한 것이었고 어떤 것은 나를 가꾸는 것에 대한 것도 있었다. 망설이던 일 해내기 중에서는 집 물건 치우기 관련된 것도 잔뜩 있었는데, 이 부분은 결국 써놓고 해내지 못 한 항목이 더 많다.
두려워하던 일, 망설이던 일을 적어보니 내가 어느 것에는 용기가 덜 필요하고 어느 것에는 용기가 더 많이 필요한 사람인지 조금은 더 알 것 같다. 의외로 대인 관계에서 불편한 대화를 하는 것은, 목표로 적어놓고 보니 생각보다 실행이 쉬웠다. 그러고 보면 불편한 대화란, 대화 자체가 불편하다기보다 ‘아님 말지 뭐’ 식의 나의 태도로 회피해온 탓에 항상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을 그날의 업무 중 하나로 여기고 감정을 뺀 실행 중심의 투두 리스트로 접근하니 의외로 큰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다.
한편, 집 물건 버리기의 경우 일부러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 할 일을 작게 쪼갰음에도 불구하고 해내지 못 한 항목이 더 많았다. 치우고 나서 동그라미만 치면 되는데, 이게 왜 어려운 걸까? 이런 것은 아무래도 하루 중 시간대를 지정 해서 딱 그 시간만큼만 치우자 라는 마인드로 접근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물건을 버리고 나면 깨끗해질 것이다 라는 약간은 완료형의 사고를 갖고 있다 보니, 적당히 치워서 ‘덜 치워진’ 모습을 생각하면 시작조차 하기 싫어지는, 그런 마음이 생긴다. 물건 치우는 데에서 완벽주의 기질이 발동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치우기 귀찮은 걸까. 둘 다 인 듯싶다.
집 물건 버리기는 침대에 눕기 전에 딱 5분씩만 해보려고 한다. 해빗 스태킹의 한 방법을 써보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때에 무엇을 조금만 한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을 때 며칠 만에 집이 꽤 가벼워질지도 궁금하다. 내일, 5월 30일부터, ‘집이 전에 비해 많이 깔끔해졌다’라는 언급을 하기까지, 며칠 걸릴지 지켜봐 주세요.
어째됐든, 이 14일짜리 골 트래커가 꽤 요긴하고, 또 나름 내가 용기 내고 싶었던, 행동하고 싶었던 일을 실제로 해내고 동그라미를 치고 보관하는 성취감을 느꼈으니 앞으로도 계속 용기가 필요한 일을 적고 실행해 볼 계획이다.
물건 정리 말고 하겠다고 해놓고 못 한 것 중에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새벽 기차 타기 (이로 인해 나는 영화제 대상을 받은 영화를 취소했었지), 두 번째는 엄마 인터뷰 (한 달에 한 번 엄마를 만나 기록하기로 했는데 ), 마지막은 OOO에게 솔직하게 말하기 (이상하게 사적인 대화를 섞기조차 싫은 그런 사람이 있다). 새벽 기차를 타는 것과 엄마를 인터뷰하는 것은 아마도 6월에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해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OOO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란, 여전히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14일 트래커에 랜덤 하게 어느 날의 미션으로 적어두고 싶다.
사실 어쩌면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미션이다. 하지만 언젠가 꼭 한 번은 그 사람과 더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회피하기보다, 필요한 말은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용기를 내는 목적은? 그 사람을 상처주기 위함일까? 그건 아니고, 나의,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어려운 대화의 벽을 부수는 연습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싶고, 이 벽을 부수고 나면 나는 나의 한계를 조금 더 뛰어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믿고 싶다 (하지만 막상 본인이 들을 생각이 없다면? 그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