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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잃지 않기 위한, 숨고르기 시간

주부의 삶

by Mindful Clara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 자신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이것은 모든 엄마들의 공통적인 감정일 것이다. 특히 전업 주부로 살아갈 때는 하루가 온전히 아이의 리듬에 맞춰 돌아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누군가를 챙기고, 보살피고, 반응하다 보면 내 감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아이가 매일 나에게 '고맙다 그리고 수고한다'고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노동의 결과' 같은 것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다 보니 가끔은 억울함이 밀려온다.

밥을 하고, 청소하고, 간식 챙기고, 놀아주고, 아이들 뒤를 쫓는다. 그러다 보면 짜증이 터져나온다. (큰 아이들 역시 나름의 신경쓸 거리는 항상 있다.) 하루 하루는 고되고, 정신은 지쳐간다.

엄마니까 어느정도는 받아줘야 한다는 말이 맞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온갖 짜증을 부릴 때 그리고 엄마를 기분 좋게 찾을 때, 내 기분 역시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 내리락 한다. 아이들의 기분에 반응하며 소용돌이치는 나의 감정이 그닥 건강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평정심을 찾고 싶었다. 나는 아이가 아니고 어른이니까. 아이들 앞에서 이성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모습은 부모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순간들 속에서 나는 계속 감정을 누르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면 화가 쌓이고,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지고 가끔은 폭발하기도 했다.


엄마들은 집에 있어도,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숨을 고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엄마들에게도 자기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누워서 전화기를 보며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이는 것 말고, 진정으로 힐링하는 시간 말이다. 복잡한 생각을 내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시간.


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운동 루틴을 추천한다.
혼자만의 시간은 정신을 회복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며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소중한 선택이다.


나는 몸이 무겁고 정신이 복잡할 때면 밖으로 나가 뛴다. 뛰고 돌아오면 기분이 바뀌고, 머릿속이 정리된다. 땀 한바가지와 함께 몸은 가벼워지고, 생각은 명료해진다. 아이들을 봐야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짧은 매트 필라테스 영상을 켜놓고 20-30분 운동한다.

운동은 시간을 들인 만큼 반드시 몸에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일이라 후회가 없는 루틴이라 믿는다.

(기분전환을 위해 사람을 만나 버릇하면, 에너지가 더 소진되거나 머리가 복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사랑하는 또하나의 숨고르기 루틴은 커피다.
머신으로 정성스럽게 뽑은 에스프레소에 스팀한 우유로 라떼아트를 얹는다. 좋은 원두를 구입해 정성스럽게 만들고, 그 한 잔을 나에게 선물한다.
이렇게 만든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스스로를 대접하는 행위다. 그 커피를 만들기 위해 나름 긴 시간 기술을 연습했고, 그 안에서 나는 작은 성취와 만족을 느낀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다면 티 또는 다른 음료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아이에게는 좋은 것만 해주고, 나는 아무거나 먹고 입는다면 그 삶은 건강할 수 없다.

아이들은 깨끗하고 편한 옷만 입어도 충분히 예쁘다. 반면 엄마는 단정하고, 스스로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결국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이 된다.


나는 아이들의 10분 대기조가 아니다.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때, 비로소 억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줄어들고 아이를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이들 역시 행복한 엄마를 원한다.


엄마에게 있어서 숨을 고르는 시간은 사치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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