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레스 팬
논스틱 팬을 쓰다 보면 늘 애매한 순간이 찾아온다. 코팅이 좀 벗겨진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오래 쓰자니 찝찝하고, 그렇다고 버리면 또 환경에 안좋은 일을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도대체 언제까지 쓰다가 버려야 할까?'
작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들썩이게 했던 H 브랜드 팬을 3종 세트로 구입했다. 유명 쉐프를 앞세워 광고를 하고, 소셜미디어의 유명 요리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에도 끊임없이 등장했다. '논스틱처럼 음식은 안 붙으면서, 스탠팬처럼 안전하게 오래 쓸 수 있다' 는 내용의 광고가 솔깃했다. 신기술을 강조한 광고를 보니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기술 일수는 있으나....효과 없는 신기술인지...)
막상 써보니 기대와 달랐다. 붙지 않는다더니 음식이 자꾸 들러붙는 것이다. 결국 스탠팬처럼 예열을 충분히 하고 기름을 두르지 않으면 도무지 요리가 되지 않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스탠팬을 쓰지....'
그 경험 이후, 스탠팬이 최고!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이전까지는 “그래도 논스틱이 편리하니까..” 하는 마음에 스탠팬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지금은 스탠팬이 훨씬 편하다.
스탠팬 사용의 필수 스킬인, 예열과 불조절에 요령이 생기니까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달걀요리를 할 때에도 약불에서 5분 정도 차분히 예열해서 약간의 기름을 두르면 아주 깔끔하게 요리가 된다. 처음엔 까다로워 보이던 이 모든 과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스탠팬은 관리만 잘하면 놀라울 만큼 깨끗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음식이 눌어붙으면 뜨거운 물에 불려서 철 수세미로 문지를 수 있고,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닦아내면 충분히 깔끔한 모습을 유지한다.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주 갈아치우는 논스틱 팬과 달리 환경에 부담이 적고, 내 주방에 오래 머물며 나와 함께 요리해 주니 더 애착이 가는 느낌이다.
실제로 요리 맛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생각해보라. 고급 음식점의 주방에서는 스탠팬을 주로 사용한다.
유행하는 주방 도구들을 이것저것 사 보았지만, 결국 다시 기본으로 돌아왔다. 스탠팬은 불편하기보다 오히려 내 요리 습관과 기술을 발전시켜 주었고, 이제는 내 부엌의 필수 조리 도구가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클린키친'을 생각한다면, 오래 쓰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요리에도 좋은 맛과 자신감을 주는 도구가 필요하다. 스테인레스팬 사용을 습관화 시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