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재료에서 발견한 요리의 출발점
냉장고나 팬트리를 열 때마다 남아 있는 재료들을 마주하게 된다.
애매하게 남아 있는 채소, 어느 레시피의 흔적처럼 남은 작은 양의 재료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처리하는 게 늘 고민이었다. 최대한 단순하게 조리해서 먹어치우기도 했지만, 새로운 사용법을 찾기 전에 썪혀 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리에 경험이 쌓일수록, 이런 남은 재료들에서 오히려 '새로운 요리의 출발점'을 발견할 때가 많다.
재료를 낭비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요리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는 걸 수도없이 경험해오고 있다.
며칠 전의 일이다.
냉장고에서 2/3쯤 남은 사워크림 한 통을 발견했다. 사워크림은 나와 많이 친한 재료는 아니었다. 아주 가끔 칠리를 만들면 위에 얹어 먹거나, 소스를 만들거나, 멕시칸 음식에 곁들이는 재료 정도로 생각해왔다. 딱 떠오르는 용도가 없어서 '이걸 어떻게 잘 써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그러다 팬트리를 열었는데, 감자 몇알이 남아있었다. 감자는 싹이 트기 때문에, 구입하면 너무 오래 놔둘 수가 없는 재료중 하나이다. 이 재료 역시 처리가 시급했다.
'아....사워크림과 함께 감자 샐러드를 만들어보자.'
마요네즈 없이 만족스럽게 크리미한 샐러드를 만드는 건,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본 일일것이다. 이제껏 마요네즈 대체품으로 그릭 요거트는 수없이 사용해봤지만, 사워크림은 처음이었다.
감자의 무게를 달아봤더니, 딱 2파운드 조금 넘게 나왔다. 1파운드는 레시피 테스트용으로 쓰고, 나머지 1파운드는 유튜브 촬영용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재료들은 냉장고에 늘 있는 평범한 것들을 모아봤다.
양파, 셀러리, 머스터드, 식초, 피클 종류 (케이퍼/오이피클/올리브등), 그리고 사워크림.
화려하거나 특별한 재료가 아니라, 늘 집에 있는 것들을 사용했다.
내가 갖고 있는 맛에 대한 상식들과 구글검색을 통해 약간의 공부를 하면서 '사워크림을 사용한 크리미 감자샐러드'를 완성했다.
이 감자 샐러드를 만들면서, 나는 처음으로 사워크림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사워크림을 종종 사용해왔지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성분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름에 ‘크림’이 들어가니까 당연히 무겁고 묵직할 거라 생각했고, '사워'란 단어가 있으니 상큼하다 정도?
그런데 알고 보니 사워크림은 ‘발효 크림’이었다.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우유를 발효하면 요거트가 되고', '생크림(heavy cream)을 발효하면 사워크림'이 되는 것이다. 뭔가...가공식품의 느낌이 조금 더 강했었는데 그저 발효된 크림이었다니...
*요거트처럼 여전히 브랜드 마다 성분차이는 있다. 심플하고 깨끗한 것으로 골라보자.
이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갑자기 이 재료가 완전히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무거워 보이지만 마요네즈보다는 훨씬 가볍고, 원료도 복잡한 것 없이 깨끗했다. 크림이라 해도 칼로리는 마요네즈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칼로리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고가공유와 첨가물도 없다.)
감자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크리미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볍고 산뜻했다.
'남아서 처리할 재료' 정도로 여겼던 사워크림이 내 요리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재료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재료를 끝까지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이렇게 새로운 ‘발견’의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구나.
요리를 하다 보면, ‘재료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과 ‘재료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계속 느끼게 된다.
사워크림처럼, 특정 재료의 특징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재료의 사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사실 공부도 똑같지 않은가? 원리를 이해해야 여러 상황에 응용할 수 있듯이, 요리도 재료의 성질을 이해해야 더 자유롭고 창의적이게 사용할 수 있다.
재료를 낭비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호기심이 결국 더 풍성한 요리, 발전된 집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마도 그 재료를 ‘안다’는 감각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과정이 참 즐겁다.
나의 유튜브[클라라의 클린라이프]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허브와 향신료 역시, 재료에 대한 스토리를 안다면 더 적극적으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jS0Ua4ASu1Y?si=s5P5gJlq-_v7zj5c
사워크림을 사용한 크리미 포테이토 샐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