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약이 만들어 준 창의성

추수감사절 음식

by Mindful Clara

추수감사절을 맞아 브뤼셀 스프라우트(방울 양배추)와 사과를 넣은 샐러드를 만들었다.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큰 명절이기에, 한국 명절처럼 이 시기에 자주 사용하는 재료들이 있다. 터키, 감자, 고구마, 그린빈, 브뤼셀 스프라우트, 크랜베리, 피칸 같은 것들이다.

전통적인 메뉴를 검색해 보면 보통 이런 메뉴가 나온다.
터키(칠면조) 구이, 스터핑(stuffing), 매시드 포테이토와 그레비, 크랜베리 소스, 그린빈 캐서롤, 고구마 캐서롤, 펌킨 파이등. 아주 클래식한 조합이다.


전통 메뉴 리스트에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브뤼셀 스프라우트(방울양배추)는 추수감사절 즈음에 수확되는 계절 채소로서 현대식 추수감사절 메뉴에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재료다.

나와 우리 아이들도 브뤼셀 스프라우트를 참 좋아한다. 미국에서는 일년 내내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여러 방식으로 자주 요리하지만, 추수감사절만큼은 그 시즌에 맞는 재료들과 함께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매년 다른 버전의 땡스기빙 방울양배추 요리를 시도하고 있고, 올해도 이 재료를 좀 더 새롭게 활용해 보고 싶었다.


보통 ‘Thanksgiving Brussels sprouts recipe/추수감사절 방울양배추 레시피’를 검색하면 발사믹과 메이플 시럽을 듬뿍 넣어 오랫동안 오븐에 굽는 방식을 참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푹 익혀져 물컹한 식감, 과하게 달달한 맛, 발사믹 때문에 칙칙해지는 색감까지.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은 지나치게 익힌 채소를 싫어하고, 메인 요리가 달콤한 것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추수감사절 방울 양배추 요리법

나는 ‘가볍게 익히는 방식’을 선택했다. 오븐이든 팬이든, 짧게 조리해 적당히 아삭함을 남긴다. 겉은 살짝 부드러워지면서도 속은 살아 있는 그 식감.

여기에 제철 사과와 아삭한 적양파를 얇게 슬라이스해서 넣고, 약간의 메이플 시럽과 애플사이더 식초를 더한 심플한 드레싱을 더한다. 추수감사절 재료로 빠지지 않는 크랜베리(비록 건조 크랜베리지만), 마지막으로 고소한 피칸까지 넣으면 완전한 찬 샐러드도 아니고, 완전히 뜨거운 요리도 아닌 적당히 따뜻한 샐러드가 완성된다.


초록빛 브뤼셀 스프라우트, 크랜베리와 적양파의 붉은 색, 사과의 하얀 단면, 피칸의 브라운까지 색감도 아름답고, 상큼함과 식감의 조합이 매우 만족스럽다. 몇 번이나 만들어 먹었고, 결국 유튜브 영상도 찍어 올렸다.




나는 전통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는 것보다, 추수감사절 재료라는 ‘틀’ 안에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더 좋아한다.

예를 들어 마시멜로를 잔뜩 올려 굽는 전통 고구마 캐서롤은 우리 가족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오래 익혀 보기에도 칙칙하고 흐물한 그린빈 캐서롤도 마찬가지다. 대신 나는 고구마에 다른 재료를 곁들여 베이크드 고구마 요리로 만들고, 그린빈도 적당히 익혀 식감을 살리는 방식으로 우리 가족 취향에 맞게 조리한다.

요즘은 스터핑/드레싱도 다양하고 세련된 버전들이 많이 나와서, 해마다 새로운 레시피를 하나씩 골라 시도해본다.
*스터핑은 빵 조각에 허브, 셀러리, 양파, 버터, 육수를 넣어 만드는 사이드. 터키 안에 넣으면 stuffing, 따로 구우면 dressing이라 부르기도 한다. 요즘에는 터키 안이 아닌 오븐 팬에 따로 조리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추수감사절 요리는 참 재미있다. 재료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창의성을 발휘하기가 편하다. 아무 제한 없는 완전한 자유보다는,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안에 있을 때 더 많은 실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추수감사절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재미난 요리 실험실' 같은 느낌을 준다.

올해의 브뤼셀 스프라우트 샐러드 역시 그 실험 속에서 탄생한 레시피다.
재료는 익숙하지만 조리 방식은 새롭고, 전통적인 레시피에서는 살짝 벗어나지만 결국 모두가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요리.

아마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나는 이 제한된 틀 안에서의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https://youtu.be/PDEfO2FrR-s?si=xEyatm66cEndeMIf

클라라의 클린라이프 '방울양배추 사과 샐러드'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7화집밥의 가치는 완벽함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