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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ful Clara May 23. 2024

요리도 습관

나의 요리 인생을 돌아보며..

습관(習慣)

명사          

1.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예)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다.

2.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


내 나름대로 오랜시간 열심히 요리를 해오고 있다. 나를 먹이기 위해서, 결혼 후에는 남편을 먹이기 위해서,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는 예쁜 내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서, 그리고 personal chef 비즈니스를 했을 때는 고객들을 먹이기 위해서 요리를 해왔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아이들에게는 더 다양하고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해 주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을 상황이 되지 않을 때마다 (미국 생활에서는 흔한 일이다) 음식을 했다. 단순히 음식에 대한 관심만으로 주방에서 기웃거린 것 까지 포함한다면 20-30년은 되는 시간이다.

요리의 기록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요리를 못 하는 편은 아니다. 잘난척은 아니다. 돈내고 요리학교도 다녔고 남의 돈을 받고 요리도 해줘 봤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유튜브 요리채널까지 몇년째 운영하고 있으니 보통사람들 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야 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나에게 하루 세끼의 밥을 준비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과이다. 거기에 아이들 도시락까지. 힘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는다. 특히 '오늘은 뭘먹지?' 같은 고민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타고난 야매기질 덕분에 재료가 완벽히 갖춰지지 않아도 갖고 있는 재료를 적당히 활용해서 슥슥슥 어느정도 맛있게 만들어낼 자신감 정도는 있다.


종종 손님 식사초대를 한다. 친구들이나 지인분들은 혼자서 많은 음식을 준비하는 나를 대단하게 생각하시기도 하고 음식의 맛에 대한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자주 듣는 얘기중 하나가 "어떻게 이렇게 해요?" "어떻게 이런맛이 나요? 나는 이렇게 잘 안되던데.." "정말 쉽게 하네요." 그럴때마다 나는 "그냥 하면되요. 어렵지 않아요." 이런식의 답변을 했었던것 같다. 생각해보니 참 성의없고 무심하고 어떻게 보면 무례한 답변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 했었다. '난 그냥 하는데?...진짜 별거 없는데.. 이렇게 이렇게 해서 적당히 이거 넣고 슥슥 섞으면 되는데? 하나도 안 어려운데..'


늘 그렇게 별 생각없이 요리를 해오던 나는 아주 최근이 되어서야 시간의 힘을 알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일이 그렇듯... 내가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요리를 해왔던 시간들이 내 안에 쌓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잘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10000시간의 법칙이라는 것도 유명세를 타는게 아니겠는가. 나는 유독 요리에만 그 컨셉을 적용하지 못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저 하찮은 밥순이 일정도로 치부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나의 유튜브 채널 '클라라의 클린키친'의 궁극적인 목표도 사람들이 건강한 집밥과 간식을 스트레스 없이 만들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를 더 잘 들여다보고 나의 요리여정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야 내 구독자들과 공감하며 그들을 더 깊이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요리를 어려워한다. 내가 당연히 알거라고 생각하는 것들 중 꽤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 나도 처음부터 알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니.. 예를들면 늘 무쳐놓은 시금치만 먹던 사람이 시금치 심부름을 가서 그 채소의 원형을 처음 봤다라고 말하는 것 처럼. 쇼킹했다! 준비된 음식을 예열된 오븐에 넣으라고 했는데 미리 집어넣는 사람도 은근히 많다. 요리를 잘 모르기에 뭐가 중요한지 덜 중요한지 구분하지 못한다.

남에게 가르쳐 주며 알게되었다. 정말 작은 것도 모를 수 있구나! 


나는 어떻게 요리를 습관화 시킬 수 있었을까? 언제부터 요리가 나에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 아닌 할만한 일이 되었을까? 기억을 되돌리며 내가 요리에 익숙해진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번째는 호기심에 관한 것이다. 

음식을 어릴적부터 많이 좋아했다. 내가 요리를 할 수 없었던 어린 나이에도 우리집 냉장고와 벽장안에 무슨 재료들이 있는지 별 이유없이 뒤져가며 확인해보는게 즐거웠다. 식탐은 언제나 많았고 안 먹는 음식은 거의 없었다.

병원, 은행, 미용실 같은 곳에 갈때마다 잡지책 (90년대...)중간중간 나와있던 요리 레시피에도 관심이 참 많았다. 모르는 재료가 나오면 궁금했다.

장보러 가서 식재료 구경하는게 참 재미있었다. (지금도 어느 쇼핑보다 grocery/마트 쇼핑을 최고로 좋아한다.)

구입해보고 다시 잘 안사게 되는 재료들도 많지만 일단 한번씩은 다 사서 먹어본다.


호기심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없애는게 우선인듯 하다. 모든 사람들이 나같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람들이 조금은 더 식재료에 관해서 대범해 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봤자 마트에 먹으라고 파는 재료이다. 구입해봐도 큰일나지 않는다. 미트볼 레시피에 있는 소고기 대신 양고기를 사용한다고 미트볼이 어떻게 되지는 않는다. 정해준 향신료가 없으면 갖고 있는걸 뿌려봐도 좋다. (냄새를 맡아보고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면.) 본인을 조금 더 믿어보는 것이다. 

새로운 재료를 시도하고 쇼핑하는데에 한뼘 더 마음을 열어보길 바란다. 


호기심을 발동시켜서 한번도 안 써본 재료를 쇼핑했다면! 둘째는 그 재료를 적절히 사용해 보는거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의 범위가 넓어진다. 먹을 메뉴를 검색하는게 아니라 반대로 재료를 기반으로 메뉴를 검색하는 것이다. 사온 재료를 구글에 검색한다. 굉장히 한국적인 재료라면 한국 검색 엔진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글 검색을 추천한다(재료명을 영어로 찾아본다음).영어를 조금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불편함을 조금 넘어서면 엄청난 정보를 만날 수 있다.

우리집의 단골 메뉴들이 되었다^^

클라이언트에게 요리를 해줄 시절. 메뉴를 선택할때 이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대부분 식단과 재료에 대한 제한이 많아서 재료/식단 기반 검색을 많이 했었다. (일반적인 메뉴 검색을 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재료 일색이니...) 예를 들면 'chiken breast middle eastern gluten free / 닭가슴살 중동식 글루텐프리' 이다. 

*좋아하는 나라 음식을 검색해보자.

치킨케밥, 치킨슈와마등을 요거트 소스를 곁들여 쌀요리와 먹는 메뉴들이 등장한다. 이것저것 많이도 만들었었다. 이 과정에서 향신료 사용을 배웠고 어느 재료들이 함께 사용이 되는지도 익숙하게 되었다. 게다가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른 레시피들을 자주 시도하다 보니 나만의 스타일과 쉽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책을 많이 읽고 글도 자주 쓰는 사람들이 스토리 요약을 잘 하듯, 요리 또한 많이 하다보면 레시피의 중요한 부분을 캐치할 수 있게 된다. 장황하게 긴 레시피도 충분히 간소화 시킬 수 있다. (레시피를 만든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니겠지만.. 우리의 주된 목적은 간편한 집밥을 요리하는 것이기에 !)

*유튜브 채널에서는 간단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세번째는 주방을 단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집에서 요리를 하느냐 마느냐의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있는 주방의 모습, 그리고 요리하면서 정리하는 습관 그 두가지이다.

뭐든 넘치지 않게 기본만 갖추는게 정리하기 쉽다.

처음으로 요리를 해서 친구를 초대했었던 대학생때로 돌아가본다. 한창 이탈리안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파스타 요리 한가지를 만드는데 토마토 페이스트, 마늘, 오일, 파스타면, 칼, 도마, 바질등 모든 재료와 주방 기구들이 좁은 카운터 위에 올라와 있었다. 요리를 끝낸 후에 우리집 주방은 토네이도가 지나간 모습이였다. 설거지도 산더미였다. 치우면서 해야한다는걸 처음 느낀 날이었지만 당연히 바로 나아지지는 않았다. 10-20년에 거쳐서 계속 나아지고 있다. 

유튜브 촬영을 위해 재료를 한번에 꺼내는 일이 있긴 하지만 보통때는 하나씩 사용하고 바로바로 치우는 편이다. 그래야 머리가 덜 아프다. 사용한 식기들도 바로바로 식기세척기에 넣거나 씻어버린다.


요리를 시작할때의 기분을 생각해서 주방은 어느정도 깔끔하게 치워놓는다. 어차피 치워야 하는거 미루지 말고 먹은 후 바로 정리하는게 맞는거 같다. (알면서도 참 힘들다.. 요리를 했으면 당장은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리고 하나더 추가하자면 주방의 단정함은 팬트리와 냉장고도 포함한다. 싸다고 많이/대용량을 사지 말고 냉장고가 터져나가도록 쇼핑 하지 않는것. 냉장고와 냉동고에서 흘러나올 정도록 꽉찬 식재료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음식에 압도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서 오래되고 상하는 음식들이 생기게 된다. 


이것 역시 하루아침에 나아지지 않는다. 사보고 버리는 경험을 통해 배우며 깨닫고 있다.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게 좋다. 

대충 차려먹거나 예쁘게 먹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요리를 하는 확실한 목적을 생각해 보는게 도움이 된다. 나의 상황을 예로 들어본다면 현재 내 요리의 우선순위는 세끼 집밥이다. 건강하지 않고, 비싸고, 맛도 좋지않은 3종 세트인 음식들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끼니를 때우는 외식은 자제하려고 한다. 특별한 날 기분을 내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으러 가는 외식만 가끔 하고있다.


종종 소셜미디어를 보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도시락이나 예쁜 식기에 단정하고 다양하게 담긴 식사사진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나는 그런 음식을 해줄 수 있는 엄마는 아니다. 워낙 미적으로 센스가 부족하니 예쁘게 차려내는데에는 스트레스가 많이 따른다. 그 대신에 내가 할 수 있는 스타일로 내 아이의 취향에 맞춰 정성껏 준비한다.


영양을 적절히 맞춰서 한그릇 요리도 많이 만들고 꼭 반찬을 준비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꼭 한국 스타일이 아니어도 고르게 먹을 수 있다. 밑반찬 준비는 여간 힘든일이 아니니까..) 이번 끼니에 특정 영양분이 부족하면 다음 끼니에 메이크업 한다. 아이들이 학교등 유치원에서 얼마나 잘 먹고 있는지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 도시락을 남기는건 용납할 수 없는 엄마였다.(여전히 조금 그렇다.) 첫 아이가 어렸을 때는 내 눈 앞에 없을 때 먹는 것들에도 상당히 집착했었는데 아무 의미 없더라. 내 머리만 아프다. 좋아하는것 위주로 조금만 싸주고 집에서 먹는 끼니에 더 신경 써주게 되었다. 

지나치게 건강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 또한 요리를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건강한데 맛 없어서 손길도 못받는 음식 보다는 적당히 건강한 맛좋은 음식이 더 환영받는다.


-요리습관도 운동습관을 기르는 것과 다를게 없다! 반복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게 습관이 되어서 어느 레벨에 도달하게 되면 더 큰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될것이다.-


나도 여전히 매일 집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날들이 더 많다. 끝없이 나오는 그릇들과 열심히 만들었는데 가족들의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을때의 열받음 등. 밥하고 먹이고 치우고의 무한 반복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 안에서 새로운 요리를 성공하는 재미도 느끼고 '아이들이 내밥 먹고 저렇게 크는구나' 하는 보람도 많이 느낀다. 여전히 가끔은 부엌을 안치우고 자는날도 있고 음식을 썩게 만들어서 버릴때도 있다. 너무 힘들어서 버거를 사오는 날도 역시 있다. 그래도 그 안에서 배우고, 효율적인 프로 홈쿡이 되기위해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과 친구들을 보면 요리를 그저 힘든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원래 밥 잘 하는 사람들과 관심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과 요리를 똑같이 바라보면 어떨까? 힘들지만 건강을 위해 꼭 해야하는 그런 것 말이다. 운동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까 다들 고민한다. 요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고민을 해본다면 좋겠다. 


가정의 누군가는 또는 구성원이 함께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부분이 요리 습관 만들기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먹는 음식은 우리 몸을 만드는 매일의 자원이다. 에너지의 원천이다. 모든 영양제와 약보다 음식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건 없다. 습관이라는 것은 반복을 통해 자리잡는다. 실행하기 쉬운 요리 루틴을 만들어서 최대한 자주 반복하는 것이 요리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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