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료를 만드는 건강한 러닝식단이란?
2년전 달리기를 시작하고 점점 달리는 일에 진심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건강요리 셰프였던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건강한 러닝 식단으로 방향을 맞추게 되었다. 러너들에게 음식이란 단순한 영양 그 이상이다. 음식은 연료이다. 내가 만든 음식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효과적인 회복에 적합한 식사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건강한 러닝 식단이란 뭘까?
우선 "식단 한다"라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몸에 근육을 만드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체중 감량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의지를 불태우며 .."나 내일부터 운동이랑 식단하려고", "살빼야되! 안되겠어! 당장 식단 시작이야!". 소위 "식단한다"라는 사람들의 식사를 보면 지방이 거의 없는 단백질, 당지수가 낮은 소량의 탄수화물, 채소와 당분이 높지않은 과일 등이다. 몸에 수분이 많이 저장 된다는 이유로 때에 따라서는 염분도 절제된다. 그리고 식단과 일반식을 항상 구분하고 맘껏 먹는날(치팅데이)을 정하여 기분전환을 한다. (물론 이쪽 세계에도 다른 방식의 지속가능한 방법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방식을 고수해오고 있다.) 고단백, 저지방, 저염식이 "식단"의 기본을 이루며 근육을 키우고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아닌 달리기에도 운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달리기식단(러닝식단)"이 있을까? 물론이다! 반가운 소식이라면 달리기 식단은 대단히 엄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열량 소모가 많은 장거리 달리기의 특성상 먹는시기만 잘 맞춘다면 먹고 싶은건 거의 다 충분히 먹으면서 운동할 수 있다. 내가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러너들의 일반적인 영양 섭취는 이런 모습이다. 달리기 직전에는 즉시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 단순 탄수화물 위주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빠르게 혈당을 올린다고 여겨지는 흰빵, 달콤한 쿠키등이 단순 탄수화물의 쉬운 예이다. 좀더 몸에 신경을 쓴다고 하는 러너라면 에너지바, 스포츠 드링크등을 러닝전에 주로 소비한다. 공복으로도 많이 뛴다. (나는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고 가끔은 이런 분들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30-40분 이상의 러닝은 실제로 적당한 에너지 보충이 반드시 따라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러닝 직후에는 빠른회복을 돕고 근육의 긴장을 풀기위한 재료 위주의 음식을 섭취한다. 손쉬운 단백질 파우더가 많은 선택을 받는다. 식욕이 없다는 이유로 거르는 사람도 많다. 휴식할 때/보통의 날들은 우리가 흔히 먹는 식사를 한다. 마라톤 레이스 몇일전부터 근육과 간에 에너지로 쓰이는 탄수화물을 저장하는 카보로딩(carb-loading)이라는 흥미로운 과정도 있는데, 많은 러너들이 마라톤 레이스 전날 자장면(고탄수화물식)을 먹는 이유이다. (이모습은 소셜 미디어에서 많이 봐왔다.)
왜 건강한 러닝식단이 중요할까?
이렇듯 러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연료 공급이 필요한 다양한 순간들이 많이 있다. 좋은 차에는 좋은 기름을 넣어줘야 하는 것 처럼 귀중한 나의 몸에도 고성능의 고급 연료를 넣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좋은 연료란 뭘까? 딩동댕!! 자연에서 나온 가공되지 않은 *진짜 식재료(real food)이다. 왜냐고? 여기서 단순한 몸의 원리를 짧게 얘기해보자. 운동을 한다는건 몸을 사용하는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몸이 단련된다. 효과적인 단련을 위해서는 적절한 회복이 필수이다. 회복과정 중 수면도 중요하지만 신체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몸 안의 염증제거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염증이 제거되야 몸의 순환이 좋아지고 그야말로 운동의 최종 목표인 건강하고 기분좋은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식품과 많은 외식 메뉴에는 저렴한 가공오일과 식품첨가물들이 참 많이 들어있다. 이런 것들이 몸 안에 쌓이며 염증의 주범이 된다. 결론적으로 몸의 순환이 떨어지며 살도 찌고 정신도 탁하게 되는 것이다. 진짜 식재료를 소비함으로써 염증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많은 천연 식재료들은 향염증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석이조이다. 러닝하시는 분들의 걱정거리인 활성산소 또한 다양한 진짜 식재료가 갖고있는 항산화 물질로 큰부분 해결할 수 있다. 리얼푸드에 대한 건강한 아이디어를 배워서 실천한다면 누구나 복잡한 스킬 없이도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 적절한 영양소를 찾아 "건강한 러닝식단"을 실천 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얘기한 연료가 필요한 순간에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러닝식단"의 예시를 들어보자. 러닝 전에는 오트밀을 갈아서 만든 오트가루, 잘 익은 바나나, 계란 하나를 넣고 팬케이크를 만들어서 메이플 시럽을 뿌려 먹는다. (우리 가족의 최애 아침식사 메뉴이다.) 긴 시간 에너지를 주는 복합탄수화물(오트), 단백질과 미네랄(달걀), 즉시 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는 단순 탄수화물(익은바나나와 메이플)의 조합이다 . 러닝 후에는 질좋은 우유에 땅콩버터 한 수저, 냉동블루베리 반컵, 아보카도 반개, 치아씨드 한 스푼과 약간의 얼음을 넣고 스무디를 갈아서 마신다. 단백질과 칼슘등 미네랄 (우유), 좋은 지방과 단백질 (땅콩버터), 자연당분과 항염/항산화 물질 가득 (블루베리), 건강한 지방과 필수 영양소 (아보카도), 단백질과 오메가3등 (치아씨드)의 균형잡힌 구성이다. 보통때 먹는 식사도 진짜 식재료로부터 영양소를 잘 조합해서 준비하면 문제 없다. 레이스 전의 탄수화물 로딩은 장 운동을 너무 활발하게 하거나 무리를 주지 않도록 지방과 섬유질을 줄인다. 단순한 탄수화물에만 초점을 맞춘 면류나 밥류를 섭취하면 좋다.
러닝과 마라톤이 한국에서 트렌디한 운동으로 자리 잡은지는 몇년이 채 되지 않았다. 불과 십년전만 해도 중년의 어른들이 모여 활동하는 지역 마라톤 클럽이 나에게 있어서 장거리 달리기의 유일한 이미지였다. 요즈음에는 20-30대의 젊은층도 그룹을 이루어 도시 곳곳을 뛰어다니며 새로운 러닝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일단 러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가장 빠르게 클릭해 보는 것은 아마 장비와 트레이닝 방법들일 것이다. 그에반해 초반부터 먹는 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풀코스 마라톤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면서도 효과적인 트레이닝을 위한 음식관련 아이디어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껏 해봐야 장거리 훈련과 레이스중에 섭취하는 에너지 젤과 음료 같은 보조 가공 제품등이 러닝을 위한 특별한 식품으로 취급된다. 몸을 단단하고 예쁘게 키워서 바디프로필을 찍거나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기 위해 정성스러운 "식단"을 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니다.
달리기를 위한 건강식의 기본은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수퍼푸드도 아니고 현대 과학과 기술이 들어간 스포츠 뉴트리션 제품도 아니다. 내몸이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에 자연에서 나오는 가공되지 않은 식재료 그자체 "리얼푸드"를 적절히 공급해 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