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셀라 부부의 어른다움

맡겨진 아이

by 김상원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아이'를 처음 읽었을 때, 아이가 받은 사랑이 내 마음에 포근한 여운을 남겼다. 두 번째 읽을 때, 나는 킨셀라 부부의 마음을 보다 헤아려보게 되었다.


킨셀라 아주머니는 배려하는 사람이다. 아이가 매트리스에 오줌을 쌌을 때 습기 많은 방과 낡은 매트리스를 탓하고, 아이의 엄마에게 돈을 보내면 받는 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마음을 쓰며, 자신의 집에는 비밀이 없다는 말로 아이를 안심시킨다. 수치심이나 죄책감 또는 두려움을 자극하거나 이용해서 상대를 조정하려 하지 않는다.


킨셀라 아저씨는 아이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돕는다. 우체통까지 달리기를 시키며 기록을 재주고, 아이가 책을 떠듬떠듬 읽어나가는 것을 인내심 있게 지켜봐 준다. 아마도 아이는 자신의 달리기 기록이나 모르는 단어 앞에서 느낄 법한 창피함으로 움츠러들기보다는, 따뜻한 바라봄 속에서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기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킨셀라 부부는 일상을 바삐 보내고 달리 어디로 여행을 가지 않는다. 가끔 밤에 이웃들과 카드놀이를 즐기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기꺼이 도우며, "나한테 애가 없다고 해서 다른 집 애들 머리에 비가 떨어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지"라며 흔쾌히 자선 복권을 산다.


아이는 자신의 걸음과 무관하게 빠르게 걷고 거침없이 말하는 밀드러드 아주머니를 통해서, 킨셀라 부부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고로 외동아동을 잃은 킨셀라 부부는 그 아픔과 슬픔의 시간을 어떻게 통과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을까? 아들을 죽게 한 개에게 총을 겨눴지만 차마 쏘지 못한 아저씨, 아들의 방과 옷을 그대로 둔 채 살아가는 아주머니, 그리고 그 상실 뒤에 맡게 된 아이.


여름을 함께 지내며 세 사람은 어느새 서로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예고된 헤어짐 앞에서 모두 별다른 말이 없다. 이별할 때 우리는 무슨 말을 할까. 세 사람은 마음에 품고 있던 서로의 의미를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킨셀라 부부의 살아가는 모습과 아이를 대하는 모습에서 어른다움을 읽는다. 참기 힘든 아픔을 통과해 온 이들 부부가 보여주는 사람됨이 미덥기도 하다.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현실을 살아가며, 이런 어름다움과 일상의 작은 친절과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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