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나는 많이 헤매는 편이다. 익숙한 언어와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언어와 방식을 배우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당연히 실수를 하는데, 어떤 때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런 때는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초조해지거나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필요하거나 중요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이 숨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시도하는 수밖에.
다시 서울시민이 된 지 3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시청역에 있는 서울도서관에 다녀왔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책을 빌릴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호기심이 들었다. 도서관 사서에게 물어 회원등록을 하고 책을 검색해서 책의 위치정보를 출력했다. 예전에 학교도서관에서 몽당연필로 종이에 적던 기억을 하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자, 이제 내가 스스로 서고에서 책을 찾을 차례다. 이 또한 아주 오랜만이다.
출력용지를 보고 눈을 들어 도서관을 두리번거리는데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다. 평소 나의 공간지각력을 생각할 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위아래층을 왔다 갔다 하며 노력을 했건만 길을 잃은 듯하다. 할 수 없이 사서에게 물으니, 친절하게 도서관 서고의 구조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 그러고 보니, 내 시야가 넓어지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학생일 때 도서관 서고를 걸으며 책을 찾던 기억이 있다. 서가에서 책을 뽑아 읽고 주변에 함께 꽂힌 책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과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후에 나와 도서관의 관계는 지극히 사무적 혹은 디지털화되었다. 도서관 검색창에서 필요한 책을 신청하면 사서에게서 책을 받아오고, 필요한 학술논문은 이메일의 첨부파일로 받는 식이다. 더 이상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지 않고 매우 신속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다.
서울도서관의 미로 같은 서고를 거닐다가 내가 찾는 번호가 붙은 서가를 발견하고, 그 위에 빼곡히 놓인 책들 속에서 드디어 내가 찾는 책을 찾았다. 그리고 이때 느껴지는 뿌듯함. 이런 일련의, 조금은 구불구불하고 더딘 과정을 거치면서 문득 '헤매는 과정'이 삶의 소중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손쉽고 빠른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도서관의 아날로그적 경험은 느긋함과 헤매는 것을 즐기라고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