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촌역에서 내려 약속 장소인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기온이 높았지만, 하늘은 높고 푸르렀습니다. 많은 이들이 토요일 오전부터 모여들었고,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섰습니다. 그러나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아름답고 너른 공간 속에서 쾌적함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마나 모아나’ 특별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침 시간이 맞아, 도슨트의 안내로 오세아니아 예술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가본 적 없는 세계의 이야기는 신선하고 흥미로웠으며, 그들의 세계관을 통해 저의 세계관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안내를 마치며, 해설자는 전시 제목이 지어지게 된 신비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어서, 동명의 오세아니아 예술가 단체의 영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흩어진 뒤, 저는 그 자리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느 순간 마음을 사로잡는 기도 같은 문장이 들려왔습니다.
“당신의 잘못을 내가 놓아주고, 그럼으로써 나도 놓여나길 바랍니다.”
며칠 전, 누군가에게 용서에 대해 이야기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저에게 익숙한 ‘용서’라는 표현이, 이 전시에서는 ‘놓아준다’라는 말로 표현되었고, 이 말은 신선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상대를 벌 주려 꽁꽁 묶어둘 때, 사실은 저도 같이 묶여 있다는 것.
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작동을, 어쩌면 형상과 감각으로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를 묶을 때의 감각,
묶인 그를 바라보는 느낌,
그를 풀어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그를 놓아주는 기분,
그리고 마침내, 나도 풀려나 자유로워지는 느낌.
바다를 건너온 마나 모아나의 언어는 제 마음에 일깨움을 주었습니다.
I unbind you from this fault, and thus may I be unbound from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