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러브레터

어떤 시선, 어떤 손길

by 김상원

뜻밖의 시선과 손길을 마주할 때가 있다. 기대와 달리 몹시 거칠 수도 있고, 의외로 무척 부드러울 수도 있다. 호의에서 적대감으로 급작스레 변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런 순간들은 나를 움찔하게 하거나, 호기심이나 일종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면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던 영화 속 장면들이 있다. 먼저, 영화 ‘콘클라베’를 떠올려본다. 갑작스러운 교황의 죽음을 맞은 교회는 매우 우아하고 세밀하며 화려하기까지 한 의복과 절차를 통해 애도를 표한다. 그런데, 죽은 교황의 손에서 반지를 빼는 장면에서는 다소 우격다짐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러한 대비는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장엄하고 신성하게 느껴지던 공간이 갑자기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묘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영화 ‘킹 오브 킹스’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예수의 일생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그가 가난하게 살았기에 주변 환경이나 의복 등이 소박하게 표현된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깊게 다가온 것은 부드럽고 친절한 사랑이었다. 예수님이 물에 빠진 월터를 구해 품에 안는 장면은, 그 사랑의 속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한 사랑의 시선으로 예수님을 바라보고 따라간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이 현실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스쳤을 때, 한 기억이 떠올랐다. 한때 아픈 가족을 간병하며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 시기, 맞은편 병상에는 30대 초반의 아들과 그를 돌보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들은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실하게 살아오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입원한 상황이었다.


불편한 몸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아들 곁을 아버지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켰다. 부드러운 시선, 낮고 자애로운 목소리, 세심한 손길. 이 모든 것에 아들에 대한 순전한 사랑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다. 이 자애로운 사랑 앞에서 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외감을 느꼈다.


요즘 우리는 자주 충격적인 사건들을 마주한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일, 가족을 해치는 사건, 낯선 사람을 향한 공격 등. 복잡하고 불안정한 사회의 민낯, 그리고 왜곡된 정신세계의 징후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문득 마주치는 온기 어린 시선과 손길이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지친 퇴근길, 문득 나의 시선과 손길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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