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러브레터

마라톤과 수다

by 김상원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삶은 백 미터 달리기 같은 단거리는 아닐 것입니다. 지나고 나면 짧게 느껴지더라도, 그 과정 중에는 길고 지루하며 때로 고통스러운 고비들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손기정 선수와 황영조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은 참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마라톤에 출전하는 이들 중에는 이 선수들처럼 메달을 목표로 하는 이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아닐 것이라 짐작됩니다. 순위나 기록에 상관없이, 마라톤 완주에 의미를 두기도 하니까요. 그 길고 힘든 여정을 마쳤으니, 그럴만하다 생각됩니다.


마라톤이라는 여정을 떠올리다가,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누군가는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려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마라톤을 뛰다 도중에 그만두고 싶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뛰는 도중에 느끼는 육체적 고통이 너무 크거나, 그 고통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애초에 왜 뛰어야 하는지 모르게 되는 순간도 있겠지요.


가끔 주변에서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중단하고 홀연히 떠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예기치 않게 닥치는 불운의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내가 뭘 놓쳤던 건 아닐까?' '내가 뭘 더 할 수 있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떠난 이의 마음은 알 길이 없지만, 그 고통을 헤아려 보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신께 기도드립니다.


어쩌면 인생의 완주가 더는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시에 내적 고립감이 만연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수다스러워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소한 신변잡기든, 소소한 뒷담화든, 그러다 문득 헛헛한 마음을 털어놓게 될지도 모르지요.


이런 잠깐의 틈새가 우리에게 숨 쉴 수 있는 작은 여유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마라토너에게 건네지는 시원한 물 한 컵이 타는 듯한 갈증을 잠시나마 달래주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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