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그릇, 거지, 죄인

by 김상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질그릇이다.

부서지기 쉬운, 약한 존재이다.

때로는 이 약함이 부끄러워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아가 어깨에 힘을 주며 잘난 체도 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나는 질그릇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거지다.

내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달라고 청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누리는 것들이 내 것인 줄 착각하고,

움켜쥐며 더 가지려 할 때도 있지만,

실상 모두 주어진 것.

내 것이라 할 수 없는 걸인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죄인이다.

나의 잘못과 악함을 돌아보면,

부끄러움과 눈물이 앞을 가린다.

때로 이 정도면 괜찮게 살고 있다 생각하고,

남의 칭찬에 마음이 우쭐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죄인임을 안다.


이 모든 나를 고백할 때,

나의 마음은 고요해진다.


부디,

제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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