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성장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러한 순간은 예상치 않게 찾아오고, 때로는 그 깊이에 놀라기도 한다. 상담사의 개입이 받아들여졌거나, 내담자 스스로 삶과 내면에서 변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나는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깊이 느낀다.
그러나 상담이 늘 그런 방식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어딘가 막힌 듯 정체되거나 퇴행하거나 미궁에 빠진 듯한 느낌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 앞에서는 상담사로서 보람과 의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만난 영적지도 신부님의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동행할 때 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정화는 무엇인가를 화두로 삼아, 다음의 세 가지 측면을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 나의 조급증이 동행을 방해하지는 않는가? 내가 생각하는 속도 대로 내담자가 변화하지 않을 때,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가? 아니면 조언을 늘어놓거나 미묘하게 내담자를 부정하는가? 인내심의 부족은 내담자가 자기 속도대로 살아가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게 한다.
둘째, 내담자를 돕고자 하는 나의 동기가 순수한가? 유능한 상담사라는 인정욕구나 상대를 내 뜻대로 하려는 통제욕구가 있는가? 이럴 때 겉으로 선한 행위는 자기 중심성(self-serving)에 불과하고, 결과적으로 나와 내담자 모두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셋째, 나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 상처받았을 때, 여전히 내담자에게 열려 있는가? 특별히 애정을 쏟거나 배려를 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진정으로 함께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하면서, 자연스레 하느님의 동행을 묵상하게 된다. 나의 고집과 어리석음, 숱한 멀어짐에도 불구하고 기쁨과 어둠의 순간에 모두 함께 하시는 하느님. 그분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신뢰할 수 있는 인내와 사랑을 가르치신다. 나도 이런 모습을 닮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