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삶

by 김상원

장 그르니에의 '일상적인 삶'을 읽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특별할 것이 없는 제목에 이끌렸고 호기심이 일었다. 그르니에는 산책, 비밀, 독서, 수면 등의 일상적 소재를 통해 넓고도 깊은, 섬세하면서도 적확한 사유를 펼쳐 보인다. 더불어, 그의 글에는 어떤 평온함이 깃들어 있어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일상적인 삶에서도 어떤 위안을 받는다. 밤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 꽃을 가꾸는 이야기, 최근에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이런 이야기에는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지닌 역할이나 지위와는 상관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면면이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묻어 나오며, 관계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진솔함도 함께 전해진다.


그렇지만 모든 일상적인 이야기가 반가운 것은 아니다. 침묵을 견디지 못하여 쏟아내는 말이나 자기중심적으로 늘어놓는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 때로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르니에는 일상적인 삶에서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 낸다. 그는 관조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삶을 긍정하고 일상에서 멀어지지 않는 시선을 지닌다. 그런 시선과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나를 지금 이곳에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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