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잼

by 김상원

조금 비싸지만 입맛에 맞는 수입산 딸기잼을 즐겨 먹었다. 그러다 가성비 좋고 리뷰도 괜찮은 국산 제품을 사보았다. 하지만 곧 실망했다. 나에게는 딸기의 존재감이 좀 빈약하게 느껴졌다. 냉장고 한켠에 넣어둔 잼에는 어쩌다 한 번씩 손이 갔고, 먹을 때마다 “이걸 언제 다 먹나” 싶었다.


시간이 지나며 즐겨 먹던 잼과 비교하는 마음은 잦아들었고, 새 딸기잼 맛에 나름 적응이 되어갔다. ‘아, 맛있다’하는 감동은 여전히 없었지만, 불평도 딱히 없었다.


오늘 아침, 매일 먹던 피넛 버터 대신 오랜만에 딸기잼을 꺼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딱 오늘 하루 먹을 만큼만 남아 있었다. 무덤덤하게 먹어오던 터라, 그새 거의 다 먹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예전에 즐겨 먹던 딸기잼 때와는 아주 다른 상황이었다.


거의 비어있는 잼 통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문득 생각했다. 내 인생도 부지불식간에 불현듯 마지막을 맞이할 수도 있겠구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사건, 상황을 불평하다가, 일상에 심드렁해하다가, 또는 중요한 문제를 미뤄놓다가 말이다. 그리고 막상 마지막 순간이 오면, 그간 불평은 했지만 실은 그리 싫지 않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딸기잼은 그렇게 나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알리면서 말이다. 다시 딸기잼을 사야겠다.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던 것으로 돌아가자, 매일의 맛있는 일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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