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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원 Sep 04. 2024

알고 한 잘못, 모르고 한 잘못

"너가 알고 한 잘못은 괜찮아. 그런데 너가 모르고 한 잘못이 더 문제야." 어느 날 남편이 한 말에, 나는 저항감을 느꼈다. 아니, 모르고 한 잘못인데... 보통 무언가 실수를 하거나 남에게 폐를 끼쳤을 때, "몰랐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몰랐으므로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어제 MBSR 심화반의 첫 모임이 있었다. MBSR 프로그램(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을 마친 졸업생 중에  마음챙김 명상과 스트레스에 대해 더 심도 있는 공부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기획된 것이다. 우리의 나눔 중에 소크라테스의 일화와 관련된 것이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한 그에게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자신을 아느냐고. 이에 소크라테스는 자기 자신을 모르지만,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고 대답했다.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 이건 분명 의식의 진보를 의미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란  표현이 있다. 커다란 코끼리의 부분을 각자 만지며 시각장애인들이 코끼리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은 과연 자신이 시각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까? 바로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마음챙김 명상을 하며, 모름에 대해 점점 더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오만해지기 쉬운 나의 에고(ego)를 잠시나마 잠재우게도 되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열려 있으려 노력하고, 좀 더 내어 맡기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태도는 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때 좀 더 그렇다는 말이다.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남편은 나에게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새록새록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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