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닥으로 출국 전 터져버린 마음
나는 왜 이럴까?.. 내 마음을 돌아봅니다.
다음 주 출국을 앞두고 내 마음이 터져버렸다.
가족(특히,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엄마한테 넌지시 미국에 할머니 고추장을 가져가고 싶다고 던졌는데, 엄마는 신문을 보며 퉁명스럽게 "이제 할머니가 고추장 안 만들고, 고모가 만들어서, 더 달라고 할 수가 없어."라고 말했다.
고추장 자체보다, 나는 그저 이런저런 짐 싸는데 느끼는 부담감,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나누고 싶어 이야기를 꺼냈는데, 엄마의 퉁명스러운 반응에 섭섭함이 터져버렸다.
우리 엄마는, 종종 얘기할 때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딴짓을 하면서 흘려듣고 대답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 같으면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 그러려니 하는데 , 내가 속마음을 꺼내놓았을 때 그렇게 반응하면 정말 섭섭하다.
그 이유는, 첫째는 나도 내 속마음을 꺼내놓는 게 쉽지 않은 사람인데, 그래도 위로나 지지가 필요해서 조심스럽게 주저하다가 용기 내서 말한 것인데, 엄마의 반응이 나의 기대에 좌절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엄마는 보통 다른 사람한테(덜 가까운 관계)는 온 정성을 기울여서 위로하고 반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가 그렇게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인데, 정작 본인의 자식한테는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지 않는 태도에 배신감이 든다.
화가 난 나는, "다른 애들은, 유학초기에 정착할 때 엄마가 따라와서 세팅해 주는 애도 있어."라고 말했다. 물질적인 지원여부의 원망보다, 나는 대학 때부터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집을 찾고, 갖추고, 하는 것을 척척해냈지만 그것이 사실 나에게 "버거울 때도 있었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거기서 또 본인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처럼 느껴 "나도 형편 내에서 최선을 다했어."라고 말하며 화를 낸다.
사실 엄마한테 쌓인 깊은 섭섭함이 있다. 박사를 위해 출국할 때, 엄마는 양념하나, 약한 알 챙겨준 게 없었다. 물질적 지원은 그렇다 치고 emotional support도 안 해주는 엄마를 보고 나는 정말 깊은 서운함을 느꼈고, '내가 엄마라면 저렇게 안 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박사 간다고 하면 지원해 주고, 자랑스러워하는데 우리 집은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이 왜곡됐을지언정 나는 정말 이렇게 느끼고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본인도 나에게 섭섭한 것이 많지만, 상처 줄까 봐 말을 안 하는 거라며" 나에게 대응한다. 나는 엄마를 상처 주려고 말한 게 아니라, 내가 상처받았다고 말한 것인데 말이다. 박사 때 출국 전에도 내가 섭섭하다고 말을 했지만, 엄마는 "가족이니까 부족한 것도 그냥 그러려니 해라"하면서 넘어갔다. 나는 또 내가 "섭섭함을 느끼는 것조차" 부정당한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답답하고 응어리가 졌다.
지금 내가 너무 마음이 불안해서 엄마한테 기대고 싶었는데, 그것이 좌절돼서 마음이 이렇게 까지 화가 나는 걸까. 며칠 째 생각해 봐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나는 "그냥 그러려니"가 잘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