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터졌는데... 시위도 터졌습니다만?

박사 두 번째 학기에 모든 게 달라졌다.

by 하마생각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에 간 2019년 말, 미국에 간지 4개월 정도 지나 코로나가 터졌다.

내가 살고 있던 미국 M주에는 2020년 초부터 스멀스멀 코로나 케이스가 발견되기 시작했고,

2020년 봄방학 때, 방법론 교수님이 농담으로 "방학 때, 중국이나 한국은 갔다 오는 사람 없겠지~~"이런 어이없는 농담을 듣고 분개한 지 몇 달 안 돼서 (보건대 교수가 이런 멍청하고 차별적인 농담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미국은 팬데믹에서 자유로울 줄 알았나..), 정말 거짓말같이 봄방학 끝날 무렵부터 내가 사는 M주에도 코로나가 계속 퍼져나가 social distancing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봄방학 이후의 수업들은 모두 virtual로 바뀌게 되었고, 그 해 여름방학에 예정되었던 qualifying exam도 사상 처음으로(?) 각자 집에서 치르는 걸로 바뀌었다. 그 당시 나는 랜덤으로 배정된 3인의 미국인들과 함께 4베드룸 아파트를 쉐어하며 지냈기에, 거의 방에만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진 후에는 겨우 침대만 들어가있는 내방이 내 동선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마저도 룸메들이 (남자) 친구를 데리고 와 늦게까지 시끄럽게 한다던가.. 등등 편치 않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방콕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나에게 불안감을 더 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black lives matter이 크게 이슈가 되었던.. George Floyd사건이 내가 사는 M주의 다운타운에서 터졌고 그로 인해 대대적인 시위가 터져서 많은 상점들이 약탈당하고, 이곳저곳에서 불이 나고, 거대 시위대가 학교 앞까지 와서 경찰과 대치하는 사건들이 생겼다. 갑자기 이런 무서운 사건이 발생해서 밤에는 curfew (통행금지)가 생기고,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진짜 난리였다.


이미 코로나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었는데, 시위대가 이곳저곳 불을 지르고, 상점들은 나무 판대로 문을 막아놓고, 축소 운영을 해서 그 불안감은 가중이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미국 와서 딱 한 학기만 정상적으로 다니고 갑자기 모든 것은 virtual로 바뀌고, 뚜벅이였던 나는 장 보는 것도 수월하지가 않아서 이곳저곳에 동냥하듯이 차를 얻어 타서 냉동음식을 왕창 구비해서 놓고 먹으면서... 정말 하루하루 서바이벌하듯이 지냈던 것 같다.


수업과 시험들이 virtual로 바뀐 덕에, 학업에 대한 부담감은 조금 적어졌지만, 좁은 방 안에서 사람들과 교류 없이 지내다 보니 하루에.. 아니 며칠 동안 말을 한마디도 안 할 때도 많았고, 특히 영어를 쓸 기회는 거의 없어서 내가 왜 지금 미국에 있나 회의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미국에서의 박사생활에 대한 열정이 풍선에 바람 빠지듯 사그라지고, 무기력감을 느끼고, 번아웃이 시작됐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회복하는 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음에 계속…)


#지나고나니 재택근무/원격수업을 하면서도 무기력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일상의 패턴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혼자있어도 어느 정도 루틴을 짜고 그 안에서 생활해야 효율이 떨어지지 않고, 불안감이 덜한데, 그 당시에는 루틴을 짜고 그에 따라 생활해 보자는 생각을 할 힘조차 내지 못해본 것 같다. 다시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게될 포닥기간 중에는, 하루에 1시간은 꼭 운동을 한다던지, 8 to 5시간에는 연구만 한다던지 나의 생활패턴에, 또 능률을 오르는 시간을 잘 파악해서 그 루틴 안에서 생활하며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일해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좀 더 슬기롭고 생산적인 재택근무를 할 수 있기를…!


시위.jpeg 코로나+시위 더블콤보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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