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박사를 마치며 3: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소중하고 괜찮은 삶

by 하마생각

박사과정은 순탄하게 졸업을 했지만, 취업하는 것은 생각만큼 순조롭지 못했다. 다시 미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한국 회사에 주로 지원을 했는데, 내 전공(Epidemiology)으로 갈 수 있는 회사는 극히 드물었고 그나마 있는 자리에 지원하여 인터뷰를 봐도, 보는 족족 떨어졌다. 면접 내내 무언가 그들이 원하는 답을 내가 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다시 한국 사회에 융화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한국 회사에 취직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눈을 돌려 미국에서 박사 기간 동안 배운 데이터 분석하는 능력을 활용하는 비연구직에 지원하였지만 그것도 잘 안되었다. 결국 나는 국제 보건으로 다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 이제 나의 삶의 비전으로서의 국제보건에 대한 애정은 흐릿해졌지만, 생활을 꾸려나가는 수단으로라도 국제보건을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말라위에서 1년 반을 생활하고, 박사동안의 연구도 아프리카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것이 주였기 때문에 나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교수님/연구실이 분명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나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건간증진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나를 소개하고 연구계획을 나열한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나에게 말했다. '다들 이러고 살아. 순수하게 꿈에 집착하지 마. 너도 성인으로써 한 사람의 몫은 하며 돈 벌고 살아야지. 일단 지금은 일자리를 찾는 게 중요해.'


꿈이 흐릿해진 나 자신이 빛을 잃어버린 보석.. 아니 돌덩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의미가 없어진 것으로 다가왔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국제보건 연구를 하는 교수님의 포닥(박사 후 연구원) 자리에 지원하고 인터뷰를 하고 지냈고, 동시에 나는 삶의 의미를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 까. 아님 꿈이 없는 삶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면서 미친 듯이 행복과 관련된 유튜브를 찾아보고 또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실마리를 하나 발견하였다. 행복은 어쩌면 거대하고 멋진 계획과 꿈을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뿌듯하게 살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대단한 일을 이뤄내거나 목표로 하지 않아도, 내 하루하루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실하고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라는 것을. 또한 신은 나에게 크고 멋진 일을 이뤄내라고 생명을 준 것이 아니라, 나에게 삶이란 선물을 선사하고 그것을 감사하고 찬양하도록 나를 지은 것이라는 것을.


결국 나는 핏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는 국제보건 관련 포닥 관련 자리에서도 번번이 낙방되고, 지친 마음과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 때, 박사 때 연구조교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치매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님의 포닥자리를 제안받아서 다시 미국에 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국제보건과의 인연 그리고 나의 오랜 꿈과는 멀어졌지만, 이제는 멀리 저 멀리 미래에 있을 낙원과 같은 존재인 꿈을 이루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하루하루가 선물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나에게 주어진 시간 포함)을 사랑해보고자 한다. 그렇게 나는 내 꿈을 버리고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어쩌면 행복한 삶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잊지 말자. 먼 꿈을 쫓는 것보다 오늘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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