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 독서지도사 수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여름이 초입에 시작한 수업이 벌써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책은 백범 김구 선생님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2022년 MBC의 프로그램이었던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에서 소개된 주해본을 쓰신 도진순 작가님의 책이다. 주해본 <백범일지>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나온 '쉽게 읽는 백범 일지'는 여러 번 문장을 교열하고 중복 부분도 통합하여 사진 자료 등을 정비한
<백범일지> 연구의 결정판인 책이다.
작가님이 자신하신 만큼 고증도 잘되어 있다.
일지란? 매일매일 기록한 '일기'나 '일지'가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기록했다는 뜻.
백범 김구선생이 쓰신 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읽으면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가 생각이 났다.
그런데 그 '일기'가 아니었다니 다소 놀랬다.
그렇다면 '백범'의 뜻은?
백범 : 하얀 호랑이가 아니라 하층민 '백정'과 평민인 '범부'를 의미한다. 민족의 독립운동을 대한사람 누구라도 다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책은 상권, 하권, 나의 소원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권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쭉 일대기와 독립운동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잘 서술되어 있고, 김구 선생에게 영향을 끼친 스승인 고능선 스승님이 나온다. 하권에서는 상해에서의 본격적인 임시 정부 수립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안중근, 윤봉길 의사등 독립 운동가들과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의 백미는 마지막 '나의 소원' 부분인데 얼마나 김구 선생이 생각이 앞선 분이고 진정 난 분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드러난 정치 이념은 '자유'다.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만이 진보할 수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그 시대에 언론의 자유를 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일제의 무자비한 강압을 견디신 분이어서 더 언론의 자유를 생각한 것일까.
개인의 자유가 국법에 속박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생각한다.
자유가 있어야 국민의 자유로는 의사가 펼쳐질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회는 독재 사회라고 말한다.
국민 교육이 완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고의 문화를 건설하는 사명을 달성할 민족은 국민 모두를 성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나라는 제 민족을 지킬 만큼 풍족하면 족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고 한다.
문화의 힘이 있는 나라를 바라신다고 했다.
지금 K-MOVE, 한류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보시면 많이 기뻐하실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다름 아닌 이것이다.
"자네 뜻에 맞는 처녀란 어떤 처녀인가?"
"첫째, 재산을 따지지 않는다. 둘째, 학식이 있어야 한다. 셋째, 직접 만나 보고 마음이 맞으면 결혼한다. 이렇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혼담이 오가게 된 처녀에게 혼인하기 전 학문을 가르친다.
여자라도 요즘 세상에선 무식해서는 안되면, 공부는 스무 살 전에 해야 하니 1년이라도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비록 만성감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처녀는 죽고 말았지만 김구 선생의 앞선 시각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요즘 남자라고 해도 아니 요즘 남자보다 더 진취적이고 교육에 앞장섰으며 여성에 대한 시각도 다른 분이었다.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실 때 많은 책을 읽었다. 김구 선생의 아버지는 <대학>을 가져다주었고 김구 선생은 그 고전을 읽고 도 읽었다. 세계 지리, 세계 역사에 대한 책도 많이 읽어서 본인의 학문의 지평을 편견 없이 넓힌 점도 대인배로 느껴진다. 급변하는 세상의 물결 속에서 옳은 것에는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던 그분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저 세계에서 저리도 올곧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싶다.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김구 선생의 부모님도 대단한 분이셨는데, 무수한 옥살이에도 아들이 하는 일이 옳다 믿으시며 일정 나이가 되자 가타부타 말도 않고 믿고 지지하셨다. 김구 선생이 있는 상해로 가려고 할 때 일본군이 보내주지 않자 오히려 호통을 치시는 어머니를 역시나 대단한 분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역시 부모라 이 부분이 지나쳐지지 않는다. 어떤 책을 보든 자식 교육과 연관이 되는 나란 사람은 과연 저 시대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일본의 고문 방법도 자세히 소개해주시는데 역시나 교묘하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 있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꼭 '쉽게 읽는 백범 일지'만큼은 보셨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지역에 백범 김구 선생님이 다녀가시고 생긴 마을이 있고, 그곳엔 '백범 김구 기념관'이 있다.
그곳을 이 책을 읽고 갔더라면 더 느낌이 남달랐을 듯하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낀 만큼 성장한다.
감히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에게 힙하다고 했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했고,
신념에 가득 차 있었으면,
범접할 수 없는 기개를 가진 그분이 초대 대통령이었다면 우리나라의 시작이 달랐을까 생각해 본다.
역사에는 What If 가 없기에 이 또한 안타까움으로 그칠 일장춘몽이지만 '백범 일지'의 기록이 이렇게 2020년대에도 남아 읽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고전이 무엇이던가.
오래오래 곱씹을 만한 위대한 작품이 아니던가.
고리타분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여전히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과 국제적인 이슈가 뜨겁다.
국가관의 관계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이 책을 꼭 나라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