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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쇼핑을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by 마음돌봄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가 창궐하던 2019년.

새로운 시작에 앞서서 공부가 필요했다.

서울에나 가야 들을 수 있는 강의를 놀랍게도(지금은 당연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 들을 수 있었다.


'우와, 토요일마다 강남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선생님인데 이런 세상이 있었네.'


줌(ZOOM)이라는 강의 플랫폼도 이때 처음 알았고, 온라인 수업이란 건 그냥 단조로운 인강만 있는 줄 알았는데 몰라도 너무 몰랐던 세상이었다.

3일 연속 리더스책과 챕터북책의 종류와 역사에 대한 수업이었다.


그렇다.


난 현재 영어로 밥 먹고 살고 있다.

회사에 소속되어 영어 전담 강사로 학생들을 만났는데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한 건지 너무 타이트한 일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공부방처럼 작아도 좋으니 내 것을 갖고 싶었다.

나의 커리큘럼대로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수업을 하고 싶었다.

소속된 강사와 운영하는 입장은 다르니 공부가 필요했다.


그즈음 인스타도 시작해서 영어 쪽 전문가들의 강의를 무조건 찾아들었다.

분당 키다리 샵 서점이나 강남의 YBM에 가야 수강할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온라인 세상에선 모든 것이 다 있었다.


10년 차 운영 중인 영어공부방 선생님의 커리큘럼 강의도 1차 10만 원에서부터 2차 심화과정 100만 원까지 다 듣고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커뮤니티 강의도 다 들었다.

강의당 5만 원 정도 했는데 거의 매달 40~50은 쓴 것 같다.

영어학과 교수님 한 분이 3시간에 걸친 열강을 해주셨는데 원서 흐름에 대해서 쭉 공부할 수 있는 강의였다.


책으로만 만났던 분과 단톡방에서 대화도 하고 여러 가지 자료로 넓게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어느 순간부터 과부하가 오기 시작했다.

창업 준비와 엄청난 강의 듣기, 책공부를 위한 구매(라고 해본다).

주입식 영어 교육에 익숙한 나는 뒤늦게 원서를 본 케이스이다.

도대체 원서는 어떻게 시켜야 하나. 얼마나 읽혀야 3학년 때 챕터북을 읽나 늘 궁금하고 고민됐었다.


무료 강의부터 유료 강의까지 들으면서 여기서 본 선생님을 다른 데서도 보고 아하 이 바닥이 이렇구나.

다들 늘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 헤매는구나. 끝이 없는 세상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다.

최고의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의 실력을 위해 가내수공업으로 워크북을 만들고 교재를 만드는 (주로) 여인네들 원장님들.

누가 사교육이 쉽다고 하는가. 어렵다. 무지 어렵다. 교육을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사업도 해야 한다.

베리 디피컬트.

여하튼 수업을 들은 선생님들과 북클럽도 시작했고, 함께 유명 발음 선생님도 초빙해서 또 수업을 들었다.


정말 이젠 힘들다.

과부하 상태가 두개골 끝까지 왔다.

강의 듣는 것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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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오픈 채팅방에서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속해 있는 사람들을 보니 작가, 사업가, 선생님, 강사(이것도 분야가 다양하다)

이건 또 뭔가.

각종 무료 강의가 많다.

서울 유명 국어 원장님의 독서법 강의, 문해력 강의.

부동산 강의, 낭독 스쿨, 독서모임지도자 강의 등등 온갖 홍보의 장이다.

단톡방 회원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며 단톡방에서 방장의 홍보 규칙과 운영 방침은 필수다.

무료 강의를 통해 재능을 기부하고 이후 유료 강의를 소개한다.

최근엔 '독서모임리더' 무료 강의도 들었는데 또또 유료 강의를 듣고 싶다.


이 정도면 병이 아닐까.

심각한 소비병.

강의만 듣고 다 된 거라고 착각하는 병.

실천하지 않고 공상만 하는 병.


최근에 고명환 작가의 영상을 많이 보게 되었다.


유튜브를 보면 동기 부여가 된다. 정신 교육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에요. 스스로 사색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한때의 열정으로 끝나버려요.


그 말을 듣고 아차 했다.

수년동안 구글대학 유튜브 학과에서 온갖 교육 관련 영상을 봤다.

보고 나면 마치 다 이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 효과도 분명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나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다.


인문고전독서지도사 강의도 두 번 남았는데 또 다른 강의를 기웃거리고 있는 자신을 보고 셀프정지버튼을 눌렀다. 밀리에 서재에 잔뜩 쟁여놓은 책만 봐도 시간이 부족하겠고, 사다 놓은 책만 읽어도 강의 들을 필요도 없겠다.


이제 그만하자.

강의 쇼핑은 그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 보자.

남에게 물어보지 말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결과도 책임져보자.


혼자만의 독단에 빠질까 두렵다고?

외로우면 어떡하냐고?

철저히 외로워져 보자.

셀프퇴장 안 하려면 셀프고립을 해보자.

스스로 생각해 보고 밖으로 나가도 나를 위한 인연들은 그 자리에 다 있다.

나를 위한 강의도 다 있다.

세상은 늘 새로워지고 발전하고 있으므로 여러 수업들에 끌려다니지 말고 내가 주도해 보자.



이 자리에서 선언해 본다.

돈지랄 그만.

너 혼자서도 좀 노력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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