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ever You Want
" 1시간에는 1분이 60개가 있고, 하루에는 1000개가 넘게 있단다. 인간은 뭐든지 할 수 있단다."
김종원 작가님의 할머니께서 생전에 남기신 말씀이라고 했다.
처음엔 무슨 뜻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아. 그렇구나. 시간에 관한 이야기구나.
소위 시간은 한정적이라 얘기한다. 하지만 그 한정적인 시간 속에 저마다의 우주가 숨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숲이 하나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셀 수 없이 많은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낙엽 더미 위에 떨어진 솔방울도 있다.
여느 해와 다르지 않은 11월이었다. 항상 11월과 12월은 이제 한 해가 다 가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때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두 달여의 시간을 '이제 올해 다 갔네'하며 흘려보내기엔 뭔가 아쉽고 찝찝하다.
그러던 중 이은경 선생님의 브런치 프로젝트에 신청했다. 결과는 합격.
이래서 엄마들이 족집게 선생님을 찾는 거구나. 이 프로젝트를 만나기 전 작가의 서랍에 두 편 정도 글을 써놓은 상태였다. 더 이상 속에서 뒤죽박죽 되어있는 감정의 쓰레기를 참을 수 없어 맘껏 배출하려던 참이었다.
막상 코칭받고 쓴 글과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써놓은 글을 비교하니 가슴이 철렁했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하는데 정말 쓰레기 두 덩어리가 덩그러니 있었다.
평생 살면서 대견스러운 일이라곤 자식 둘을 낳은 것밖에 없는 기분이었는데 올 연말엔 스스로를 너무나 칭찬해주고 싶다. 아직 2022년은 가지 않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남편은 그거 먹는 거냐며 본업은 집중 안 하는 거냐 얘기하더라. 그러나 나에겐 올 한 해 가장 잘한 일이 되어 버렸다. 진짜 팔자 고칠 '년'이 되기 위해선 넥스트 스텝이 필요하지만 이 또한 멱살 잡고 하드 캐리 할 생각이다. 속도가 늦는다고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읽고 쓸 뿐이다. 결국 꾸준함만큼 이 세상에 힘이 센 것 없다.
학창 시절 쉬는 시간 10분이면 화장실도 다녀오고 매점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나에게 10분은 학생들이 오기 전 커피 한 잔 여유 있게 마실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의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5분이 남았다면 5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5분밖에 남지 않았다가 아닌 주어진 시간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뿐이다.
생각은 그만하고 일단 해보기.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라는 묘비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