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프로포즈

by 마음돌봄

기분이 싸하다.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훅 들어오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75살 되면 너희랑 살 거야. 며늘, 같이 살래?


웃으시며 농담인 듯, 진담인 듯 말씀하시는 게 벌써 올해 두 번째.

손주들이 맛있는 거 먹는 모습을 보시며 이럴 땐 같이 살면 좋겠다가 첫 번째.

그리고 오늘 갑자기 말씀하시는 게 두 번째.


그래요, 어머니. 같이 여행 다니고 삽시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 연세가 지금 어떻게 되셨더라.


71세시구나.

그럼 4년, 겨우 4년.

진짜 여행 다니면서 살려면 이 며느리가 좀 여유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때 내 나이를 계산해 보니 한창 경제 활동을 할 나이인데.

아이들을 고등학생들이라 이거 같이 사는 의미가 있나 싶다.


점점 나이 드시는 걸 보면 가까이에 살아야 안심이 될 것도 같고

한편으론 내 공간이 없는 게 싫을 것 같고.

서로 편하려면 각자의 공간, 적당한 거리.

하지만 가까이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한 집은 아니지만 옆에 살면 좋겠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좋다.

순간 어머니 연세 계산에 내 나이에 생각하다 말이 우물쭈물 하니

그 틈을 포착하시고 웃으신다.

하하, 이렇게 유도 심문 하시기예요, 어머니 정말. 흐흐흐.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지인들은 극구 말리는데, 난 이렇게 말려들 것인가.


과연 이 길의 끝엔 어떤 결론이 있을까.

순간 친정 부모님 얼굴이 아른거린다.

양쪽 부모님과 한 집에 사는 건 솔직히 아무리 나라도 힘들다.

남편도 마찬가질 일 것이다.

시부모님을 생각하면 전혀 며느리를 귀찮게 하는 분들은 아니시다.

늦잠을 자건, 뭐를 하건 다 존중하실 분들이다.

어차피 이젠 시부모님과 충분히 어려움 없이 살 것도 같다.

벌써 이 결혼 라이프도 15년 차가 아니던가.


하지만 뭔가 걸리는 이 기분과 마음은 뭘까.

친정 부모님도 자주 뵙는 것도 아니면서 걸리는 이 마음은.

이럴 거면 왜 대출 끼고 집은 산 건지 갑자기 웃음이 난다.

노후에 재테크가 되어 주려나.


아직도 난 내 인생을 내 쪽으로 열심히 끌어오는 중인가 보다.

지금 차를 타고 20분 거리.

옆집에 살아도 난 괜찮다.


자꾸 한 번씩 훅, 북 치기 박치기 묘하게 들어오시는 어머님의 노련함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자연스럽게 받아 치치 못한 나의 어설픔에 아직 멀었음을 느낀다.


저 같이 살 수 있다니까요.

진짜예요.

시부모님이 내 노년의 롤모델인데요.

뭔가 개운하지 않음을 남긴 친밀한 대화에 잠시 머리가 멍해진다.

이렇게 티를 내다니.

아직 멀었다.

제발 이런 질문은 그만해주세요.

하하.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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