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장소로 향하던 화요일 아침,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어? 예전에 오셨던 손님이네.
친정 엄마 샵에서 일했을 때 오셨던 한 고객의 전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예약을 하고 싶은데 아직 운영하시죠?
누구시더라? 이름은 저장이 되어 있는데 도무지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주고받은 문자를 보니 2019년 이후에 오시지 않은 분이다.
나중에 들으니 코로나가 심하게 걸리고 두 번의 큰 수술을 하셨으며, 일 년 가까이 병원에 누워계셨다고 한다.
부랴부랴 엄마에게 알려드리고 예약을 해드렸다.
모임에서 헤어지고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신기한 말씀을 하셨다.
"꿈에서 세상에 네가 나왔단다. 그래서 부랴부랴 연락처 뒤져서 전화하신 거래. 꿈에 나온 사람들은 다 좋은 일이 있었다 하네. 우리 딸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신기하지?"
웬일인가 싶었다. 꿈에 생뚱맞게 내가 나왔다고?
미신도 아니고 가끔 이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나 보다.
희한한 일도 다 있다 싶었다. 가족이나 지인도 아닌 내가 꿈에 나왔다고 하시다니.
그래서 혹시 아직 운영하나 싶어서 전화를 하셨고 매주 관리를 받으러 오시기로 하셨단다.
다음 주엔 내가 피부 관리를 해드리면 어떻겠냐는 엄마의 특명을 받고 알겠다고 했다.
사실 두 번째 스무 살이 넘어가니 웬만한 일엔 큰 감정의 동요가 없다.
약간 무뎌졌다고나 할까.
지나치게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잔잔바리 해피한 상태, 뭐 이 정도 되시겠다.
작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오랜만에 받은 합격통지서에 많이 기뻤던 기억.
북클럽을 시작하며 만난 새로운 인연들과의 만남에 즐거운 것.
이렇게 점점 행복이 스며들고 있다고나 할까.
어떤 좋은 일이 나에게 올까?
학생들이 더 많이 오려나? 아님 다른 종류의 금전적 대박? 흐흐흐.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우야 진짜 뭐야. 어떤 좋은 일이 생기는 거야.
일주일이 지난 월요일 아침, 샵으로 향했다.
9시 40분 드디어 만난 그 손님은 얼굴을 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에게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며 말씀하셨다.
"뭐 좋은 일 없었어요? 내 꿈에 나오면 다 잘되더라고요. 우리 딸도 한참 고시 준비할 때 꿈에 나온 후로 합격 통지서 받았어요. 남동생네도 좋은 땅사서 돈 벌었고요. 아직 좋은 일 없었으면 곧 있을 거예요. 좀 시간이 지나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나 성당 다녀요. 그런데 꿈을 꾸면 그 사람한테 좋은 일이 생기네, 희한하게."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크게 돈을 번 것도 아니다. 학생 상담 전화도 1도 없었다.
뭐지? 뭐가 있을까? 앞으로 있으려나?
불현듯 유난히 글감이 많이 떠오르던 지난 주말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글이 브런치 메인에 올라왔다. 이건가?
아님 아들이 그린 캐릭터가 상을 받아서 전시회에서 여러 가지 굿즈로 제작되었는데 이건가도 싶었다.
자본주의의 탕아답게 돈으로만 연결했었는데 스스로가 머쓱해졌다.
당연히 돈을 사랑해야 하고 얘기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돈은 좋다.
단지 그럴만한 노력을 하지 않고 바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좀 부끄러웠다.
'고명환' 작가님 영상을 보는데 이런 말이 나왔다.
그분은 아침마다 확언을 외치는데 매일매일 확언이 문구가 조금씩 달라진다고 했다.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말끝이 달라진다.
스스로가 확언을 하면서 변화함을 느끼기에 그렇다고 했다.
월 100만 원 버는 사람이 '난 500억 부자가 됐다', '매달 수입이 1억이 됐다'
(확언은 미래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내 뇌를 속이고 실제로 행동으로 돌입할 수 있도록)
이런 확언은 아니라고 하셨다.
월 1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월 300만 원을 벌었다.'
이게 현실 가능한 확언이다. 나는 얼마를 벌 수 있는 사람인가. 월 300만 원이 되면 월 500만 원 이후엔 월 천만 원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확언을 들은 뇌는 처음에 이상하다, 지금 월 300 안 버는데 무슨 말이지 하다가 월 300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행동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월 100만 원을 버는 내가 갑작스레 월 천만 원을 바란 꼴은 아니었을까.
꿈이야기를 듣고 지나치게 부풀려서 상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내 뇌도 어이없었겠지.
너 아직 그거 아니야. 오버하지 마.
사실 엄청난 기대를 한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말했지만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도 극심한 한기가 도는 감정도 없는 사람이다, 이 몸이.
그냥 일주일 동안 기분이 좋았다.
토요일엔 가족 생일 선물을 사러 가며 엄마와 남편과 함께하는 주말에 '아, 행복하다'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문득 행복이란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뭘 더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나쁜 일, 슬픈 일이 없는 것도 행복이라는 것.
집안 정리도 그렇지 않은가.
수납장을 사서 정리하는 게 아니라 일단 다 버려야 한다는 게 첫 번째다.
더할 것이 아니라 빼는 게 방법이라는 것.
글을 써서 행복하다.
사춘기 아들이 학교를 잘 가줘서 행복하다.
가족 모두가 아프지 않아서 행복하다.
사지육신 멀쩡해서 행복하다.
이 외에도 행복한 이유는 계속 이야기할 수 있다.
나쁜 일이 없는 게 좋은 거다라는 결론에 이르니 그분이 꿈이 참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우리 모두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무언가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노력을 하고 바랄 것.
이게 이번 일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땅땅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