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입맛
오랜만에 놀러 온 조카 녀석들은 춤을 좋아하는 여자 아이들이다.
아들둘만 키우는 아들바보 엄마인 나는 딸들이 어색하다.
그나마 딸조카들이 있어서 딸은 이렇게 키우는구나 했다.
여자 아이들이라 그런가 친구랑도 여기저기 잘 다니고 꾸미기도 잘한다.
거기에다 아이돌 춤까지 완전히 섭렵하고 있다.
에어 텐트를 펼쳐 놓은 거실에서 캠핑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놀러 온 막내 조카는
신나게 치킨을 뜯은 후, 간식이 먹고 싶다고 했다.
'외숙모, 탕후루 해주시면 안돼요?'
테이블에 앉아 블로그 쓰려고 폼 잡고 있는데 훅 들어오네.
본인이 도와주겠다며 애교를 떠는데 안 해줄 수가 없다.
한창 마라탕이 유행이라 마라탕 먹으러 다니느라 바쁘더니 요즘은 탕후루에 푹 빠져있다.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마라탕 맛집으로 유명한 4 정거장 식당까지 가는 아이다.
마침 동네에 마라탕 식당이 생겨서 그녀들의 원정은 멈추었으나 이젠 탕후루에 꽂혀있다.
사실 난 탕후루를 해본 적이 없다.
한 번씩 시내를 나갈 때면 길거리에서 파는 탕후루를 아이들에게 사주곤 했었는데, 집에서 하는 건 처음이다.
'외숙모, 걱정 마세요. 제가 유튜브에서 하는 법 찾아볼게요.'
훗, 언제 커서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하고 검색까지 해서 보여주는 걸 보니 다 컸다.
막상 영상을 보니 아주 간단하다.
이거 만들 수 있겠는걸.
조카가 도와주니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과일은 거봉, 사과, 바나나.
다 탈락하고 거봉만 탕후루가 가능하단다.
이제 보니 거봉을 좋아하는 조카의 빅픽처.
귤을 탕후루로 해 먹었더니 맛있다는 후문을 들려줬지만 없으니 패스.
결국 설탕 범벅 간식이라 거봉 탕후루를 먹고 난 후엔 굳은 설탕 덩어리가 가득하다.
익숙한 달고나 맛이다.
요즘 탕후루 가게도 동네에 많으니 가서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집에서 설탕 범벅대면서 같이 만들어보니 재미도 있고, 추억도 된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고 맛있게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한다.
이래서 어설퍼도 집밥, 집간식 먹이는 거지.
나중에 조카들과 아이들이 컸을 때 차곡차곡 쌓인 추억으로 힘껏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가까이 지내고 나이 차이도 한 살 터울로 네 명인지라 함께 모이면 이야기하고 노느라 밤을 새우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사촌형제들과 놀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고모네는 오빠, 언니, 동생이 있었는데 지금은 타 지역에 살아 잘 못 만나도 한 번씩 함께 놀았던 기억이 난다.
같이 영구와 땡칠이를 본 기억, 인형 놀이를 한 기억 등등.
우리 아이들도 그런 추억이 많이 쌓여있겠지.
탕후루를 먹는 아이들을 보며 달콤한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졌다.
이젠 부모나 외숙모가 하라는 대로 다 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세상이 있겠지만 어른으로써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달달구리한 행복을 만들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