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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Oct 16. 2023

좌충우돌의 시간

#2. 가족 독서 모임 두 번째 시간

벌써 2주가 지나 두 번째 독서 모임 시간이다. 

일요일 저녁이라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들 한 자리에 모였다.

짧은 시간을 하더라도 일정 시간에 모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쉬고 싶어 하기도 했지만 자리를 잡았고, 아이들도 막 외출에서 돌아온 상태였지만 

그래도 함께 앉았다. 


이미 남편과 난 일요일 오후 시간을 내어 책을 다 읽었다.

11장 정도, 읽기에 괜찮았다.

오늘의 책은 <크리톤>이었다. 

남편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잘 읽으니 보기 좋았다.

아이들도 특히 둘째가 조금이라도 책을 읽고 훨씬 잘 참여했다.







"오늘 책은 어땠나요?"

"사실 전 오늘 파이돈 이어서 읽는 줄 알고 이어서 읽었어요, 지난번에 덜 읽어서요."

"전 좀 지루하고 어려웠어요. 더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 참여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음, 엄마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 책을 읽게 돼서 좋았어요. 파이돈 편보다 더 눈에 잘 들어오기도 했고, 짧아서 좋았답니다."

"아빠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한 번쯤은 읽고 생각해 봐도 좋을 내용이라 선택했어요. 지금은 어렵고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느낌이 아주 중요해요. 하지만 일 년 후, 아니면 십 년 후에 다시 재미있다고 꺼내 들지 몰라요."






사실 독서 모임 시작 전 남편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다.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집착하지 말 것.

나누고 싶은 한 페이지를 정하여 함께 낭독하고 의견을 나누어 볼 것.

책을 읽고 열띠게 참여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꿈꾸기도 하지만 괜찮았다.

확실히 큰 아이는 이 책은 지루해했고, 대답이나 발표도 겉돌았지만 그래도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게 어딘가.


둘째는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육체가 없으면 정신도 함께 갈 수 없고, 그렇다고 정신만 중요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정신과 육체는 함께 가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천국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지옥도 있다는 걸 알고, 지옥이 있다는 걸 알아야 천국이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난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이고 따라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크리톤은 친구인 소크라테스를 돈과 권력으로 구하고 싶어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다수가 선택한 결론이 마음에 안 들고, 내가 살아남고 싶다고 해서 그 행동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고. 자신이 이 사회의 규범을 따르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왔다는 건 이 사회의 규칙을 따르면 이 국가를 인정한다는 것인데 죽게 되었다고 부정하게 되는 건 결국 자신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거짓을 행하게 되는 거라고 했다. 아이들도 다수의 의견이 옳을 때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을 때는 틀렸다고 말할 줄 알아야 된다고 했다. 






신 앞에서 거짓이 없고, 진실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그리스인들의 옷차림으로 드러났다는 이야기. 지금 조각상이나 그림에서 보는 소크라테스는 실제 그의 얼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당신 후원자나 권력가가 그림이나 조각을 예술가에게 명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새겨놓는 경우도 허다했으니까.


철학가이자 강한 육체를 가진 소크라테스.

비록 죽음을 맞이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이 속한 사회의 규범에 따르는 모습에서 자신만의 철학과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니.


다음 독서 모임 도서는 큰 아이가 선택한 셜록 홈스 시리즈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으로 정했다.

골고루 발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

서로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줄 것.

돌아보니 긍정적인 피드백은 잘해준 것 같다.

다음 책은 큰 아이의 원픽으로 정했으니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봐도 될까?


오늘도 좌충우돌 가족 독서 모임이 무사히 끝났다.

세 번 째는 조금은 더 자연스러워지겠지?

어쨌든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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