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대, 너의 유대, 우리의 유대
특히 여자들은 더 그렇다.
어릴 때는 더욱더 심하다.
내 친구. 네 친구 구분도 있고, 몰려다니는 친구 아닌 친구가 있다.
그중에 한 명 단짝이 생긴다.
함께 우정 일기도 쓰고, 누구보다 시간을 함께 한다.
함께 취미를 공유하거나 좋아하는 게 비슷하거나.
물론 여러 명이 몰려다니며 지내는 것도 맞다.
다수의 친밀함과 소수의 끈끈함이 함께 있는 관계.
대학 때도 얼추 비슷했던 것 같다.
역시나 나만의 단짝이 있다는 거,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힘이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좀 달라지기도 한다.
직장에서 만난 사람과 직장에서만 친하기도 하고
때론 직장의 울타리 너머에서 유대를 갖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아이 중심의 엄마들과의 관계도 형성되는데
난 이미 그 언저리에서 빠져나온 지 오래다.
함께 브런치를 먹고, 일상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으니까.
혼자인 것도 꽤 괜찮더라.
영원할 것 같은 관계도 없고, 그렇다고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이젠 관계에서 초연한 편이다.
몇 년 전 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선생님과 몇 달에 한 번 만나도 편하게 이야기하며 자료 공유도 한다.
강의를 쉬기로 결정한 나를 위해 여전히 아낌없이 좋은 자료를 공유하는 분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도 어색할 때가 있다.
피가 섞여서 그런가.
결정적으로 힘든 순간엔 가족을 찾는 것 같다.
하지만 평소엔 약간 데면데면하는 웃기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급만남도 자연스러운 게 가족이지만.
의외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타인으로부터 위로받을 때가 있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은 낯간지러운 건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건지 따스한 말이 힘들다.
마음만은 누구보다 가까우면서도 말이다.
오히려 더 모르는 사이에 그들이 느낀 나의 모습을 보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데 이런 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소설 <왜가리 클럽>에서 양미네 반찬가게 사장인 양양미는 열심히 운영한 반찬 가게를 폐업하고 마음이 피폐한 상태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울한 '그것'이 온몸을 감싼다.
우연히 만난 동네 여자들이 왜가리를 관찰하는 걸 보게 되고, 일종의 멤버가 된다. 모르는 사람들의 연대.
왜가리를 관찰하며 힘을 얻는 사춘기 중학생 엄마, 이른 결혼을 후회하는 여자.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후회와 실패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들어가기로 결심하는 '양양미 사장님'. 인심 좋게 엄청 많이 남아있는 반찬을 나눠주며 그녀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낀다.
가끔은 나와 전혀 인과 관계없던 사람들이 하나의 접점으로 만난다.
왜가리 하나로 그녀들이 만났듯이.
너는 나만의 친구, 나만의 인연. 이거 말고 앞으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만났고, 만나고 있고, 곁에 있어주는 모든 사람들이 다 내 곁에 있어주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냥 그 모습에 참 감사하기로 했다.
나도 그들의 '감사함'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