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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무섭더라니

by 마음돌봄

손톱 그림자?

제목이 좀 무서운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주에 주어진 책을 읽는다.

단편 소설을 읽고 글을 써야 하는 미션이다.

새벽이라기보단 아침인 시간인데, 읽기 전부터 느낌이 온다.

으, 이 시간에 읽기도 무서운 책이네.

6시 30분이면 이른 시간도 아닌데.

언제부터였을까?

무서운 이야기가 싫어진 게.

약간 미신 같은 건지, 그냥 싫은 건지.

무조건 무섭거나 부정적인 건 보지도 읽지도 듣지도 않는다.

어릴 땐 그러지 않았다.

<데스티네이션>, <나는 지난여름에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여고 괴담> 시리즈처럼 한참 10대 주인공의 공포 영화가 유행할 때 나 역시 비슷한 또래여서 재미있게 봤다.

한 여름에 '전설의 고향' 리턴했을 때도 즐겨 봤다.

이제는?

전혀, 네버 네버.

무서운 게 신기하거나 궁금하지도 않고, 생각하는 것도 싫다.

어둠의 그림자를 한 치도 허용하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긍정의 기운을 뿜뿜 탑재하고

에브리데이 해피 데이를 꿈꾸는 나.






가만 보면 95년도에 개봉한 스릴러 영화 제목도 '손톱'이다.

전래 동화에서 손톱, 발톱 잘라서 두면 들쥐가 먹어서 둔갑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찌나 잘 모아서 버렸던지.

밤에 손, 발톱 자르면 안 된다고 해서 낮이나 아침에만 잘랐었는데.

뭐 지금은 길었다 싶음 시간도 잊고 자르기만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 시간에 책을 읽을 순 없었고 글을 쓸 수 없었다.

결국 이렇게 온 식구들과 저녁 맛있게 잡숫고, 배를 두드리면서 있는 시간에야 쓰게 된다.

지난여름, 우연히 드라마 <악귀>를 보고 한동안 거울이 겹치는 거 쳐다도 못 봤었는데.

내가 왜 그걸 봐서 이리도 무서워하나 후회했었다.

역시 난 긍정적인 것, 웃긴 것, 재밌는 것, 그렇게 보면서 살아야 힘 받는 인간인가 보다.

웃고 살기만 해도 부족한 인생의 시간.

분신 사바도 더 이상 안 궁금하고, 귀신들의 한도 궁금하지 않다.

오로지 나에게 있어 어둠의 매력을 가진 건 배트맨과 뱀파이어뿐.






어둠이여 안녕, 공포여 안녕.

무서워요.

이젠 평생 공포물은 못 볼 것 같아요.

긍정의 나라로 계속 떠나겠습니다.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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