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클 프리(Wrinkle free)

by 마음돌봄

지금도 주름이 보이는 것 같긴 한데.

주름에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피부과에 가면 시술받고 싶어 하는 여자들, 남자들이 그렇게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20대부터 70대 이상 어르신들까지 저마다 팽팽하고 매끈한 피부를 원한다.


한 번씩 나이 들어가는 여배우들이 그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때면

그 주름 속에서 그 나이 때의 우아함을 엿보곤 한다.

젊은 시절의 모습을 얼핏 찾아보다가도 실제 옛 사진을 보면서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한다.

저렇게 나이 들면 참 좋겠다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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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헬렌 미렌과 젊은 시절의 헬렌 미렌 / 우리나라 배우 문숙님


최근에 필을 했는데, 오랜만에 본 동생이 얼굴이 팽팽해진 것 같다고 했다.

평소 코스메틱 제품들에 관심이 많은 여인네의 말이니 신빙성이 있음은 분명하다.

이래서 사람이 관리를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주름엔 그 사람의 시간의 세월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도 녹아져 있다.

<평평한 세계>에서 새어머니는 조그맣고 동그란 눈을 갖고 있지만, 뭉툭한 코 주변으로 흉한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파여있다. 새어머니의 주름은 나이 들면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주름이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바로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소리 지를 때, 자기 얼굴에 다시 달라붙은 그런 주름이기 때문이다. 도로 붙어서 얼굴의 팬 곳곳마다 고이고 묶이고, 덕지덕지 붙게 된다. 아버지의 주름도 그랬다. 주인공에게 새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악을 쓰며, 뭔가를 요구하느라 늘 그런 몰골의 주름을 가졌다.


주름이 내 삶을 드러낸다는 건 불가항력이다.

열심히 피부과 시술을 받고, 주사를 맞아도 6개월 정도 좋다가 다시 제자리로 가기도 한다.

이것저것 심하게 주사를 맞다가 얼굴이 울퉁불퉁 해지기도 한다.

결국 자연스럽게 생기는 이 주름도 어떤 생활을 하고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다.

오히려 패인 얼굴이 그 나이 때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민낯이 된다.


과연 나의 현재 주름은 어떤 모습일까?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는 또 어떤 형태로 파여 있을까?

불혹이 넘으면 내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하고, 지금까지의 삶이 드러난다는 말은 들었지만

주름이 나의 모습을 대변할 줄을 미처 몰랐다.


좀 더 노력해보려고 한다.

나이 드니까 주름도 생기겠지가 아니라, 그 주름마저도 편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 나는

주름에서도 지적임이 묻어나면 좋겠다.

피부는 처져도 배움에 대한 열의로 눈가의 주름은 두 눈과 함께 반짝였으면 좋겠다.

거짓말 말고 그 나이쯤 되면 가질 수 있는 진실함이 묻어났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를 위해 오늘도 난 나의 주름을 들여다본다.

어디가 많이 생겼는지, 혹시나 나보다 약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최소한의 품위를 가지고 너그럽게 살 수 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이렇게 천천히 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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