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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Oct 24. 2023

가을엔 꼭 하더라.

코스모스를 좋아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끌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코스모스가 내게 그러하다.

뭔가 수수해 보이기도 하고, 서정적인 색을 가지고 있는 느낌.

하지만 톱니바퀴 모양의 꽃잎은 결코 만만하진 않다는 인상을 준다.


코스모스 길을 쭉 따라 차를 타고 전어를 먹으러 가는 게 가을의 전형적인 인상인데

여기에 포함된 일상이 하나 더 있다.

예전엔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썼던 부분이다.

아프면서 이뻐지느니 차라리 이 얼굴 이대로 살겠다는 나다.

어차피 내 얼굴 나는 잘 안 보고 남이 보니까

상대방에겐 미안해도 나는 착각 속에 살 수 있다. 후후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직장인인데 35만 원이면 얼굴 기미며 색소 침착이며 

모조리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직장인은 달라.

동료 언니들의 리얼 꿀 정보를 입수하고 본인도 시술을 받으러 간다고 한다.

레이저는 아프다던데 도저히 못하겠다.

친구의 제안을 오토굿바이하고 그냥 반신욕이나 하고 크림이나 덕지덕지 바르자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가을은 좀 달랐다.

아프지 않은 필 제품이 있다는 거다.

몇 년 전 얼굴을 매끈하게 만들고 광나게 만들겠다면서 다이아몬드 필이란 걸 했는데

일주일 동안 햇빛도 피해야 하고, 세수도 못하며, 비비크림으로 도배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게다가 얼굴에 그 필을 바를 때는 헉... 마치 잘게 부서진 유리를 얼굴에 긁는 느낌이랄까.

사실 원리야 피부에 구멍을 뚫어 다량의 앰플과 재생 제품을 투여하는 것인데.

그렇게 아픈 거라면 굳이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생각했다. 


이후에도 해초필은 덜 아프다고 해서 해보고 MTS라는 것도 해봤는데 역시 나 아프고 두려운 것.

친정 엄마는 젊은 시절 80만 원짜리 필을 하셨었는데, 정말 그때는 빡빡 유리로 긁는 느낌이셨다고 놀라서 그 뒤로 하지 않으셨다 했다.


세월이 흐르니 드디어 아프지 않은 제품이 나왔다.

내가 견딜 수 있는 따끔함이니 이건 뭐 대한민국 전 국민이 해도 될 판이다. 

벌써 2회째, 젊고 건강해야 글도 오래 써야 하니까 이 정도 아픔은 참아본다.

이젠 예쁜 것보다 건강하고 싶다.

피부도 마찬가지다.

늘 거울도 대강 보고 스킨로션 선블록만 대충 바르다가 조금 더 공들여서 재생 크림을 발라봤다. 

좀 더 젊어 보였으면 좋겠다.

어려 보이는 거 말고 제 나이의 얼굴이지만 그 나이다운 지적임과 아름다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조금 더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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