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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

by 마음돌봄
혹시 무슨 일 있어요? 아님 어디 아파요? 이런 말조심스러운데 수업하실 때 웃질 않아서요.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요.



무슨 일이 있냐고?

한 번도 웃질 않았다고?

행복해 보이지가 않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위 말하는 내 영역이 아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사람은 몸의 근육도 계속 쓰는 대로만 쓴다.

그러다 보니 어깨가 앞으로 굽고, 목은 거북목이 된다.

견갑골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목, 어깨, 심하면 머리까지 아프다.


하물며 정신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지 않은 분야에 자꾸 기웃거리는 이유도 그거다.

아파트 어르신들과 라인 댄스를 배운 것도 사실 그 이유다.

안 쓰던 뇌의 부분을 쓰게 되니까.

젊어서 선생님을 잘 따라 한다며 나를 거울 앞으로 보내는 어른들 덕에 몇 달 신나서 했었는데

트로트 배경 음악에 귀에서 피가 나는 것 같아 그만두게 되었다.


강의도 내가 해보지 않은 분야를 하게 된 것도 뇌의 다른 영역을 자극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계속 생각하는 대로만 살다가 그 생각만 하게 될까 봐

말 안 통하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서 시작했다.


역시나 쉽지 않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하며 드론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스네이크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진로 체험을 중시하는 교육 정책 덕에 학교에 가서 수업을 하며 학생들을 만나면, 우리 아들도 이러고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자기주도학습을 배우고, 고교학점제를 배우고 인공 지능을 이야기하며 체험 수업을 한다.

만들기엔 문외한인 내가 하기엔 정말 쉽지 않다.

수업 전 동영상을 아무리 봐도 어렵다.

그러니 수업에선 긴장함이 여실히 드러날 수밖에.


아이들과 호흡하는 선생님이란 무엇일까.

오랜 지인인 교육담당자는 내게 물었다.

학생들과 수업하는 게 재미있는지.

행복하다는 말을 바로 할 수 있을 정도록 행복한지.

책을 좋아해서 읽는지 재미있어서 읽는지.

일주일에 하루라도 가족 없이, 계획 없이 혼자만 오롯이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예전보다 몸의 번아웃은 사라진 것 같은데, 마음의 번아웃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일주일에 하루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없으면 갑자기 숨이 답답해진다.

이미 스케줄이 많이 정해져 있으면 도장 깨기 하듯 얼른 해놓고 가만히 있고 싶다.

놀면 뭐 하나 싶은 생각에 일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노느니 벌자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이젠 이렇게 뇌계발을 한다는 나의 찬란한(?) 계획이 맞는지 좀 의심이 든다.

마냥 몸에 익고 편한 일만 하기 싫어서

그렇게 나이 들기 싫어서 자꾸 다른 일을 했었는데, 좀 쉬어갈 타이밍인 것 같다.

나를 위한 시간이 너무나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 그녀의 질문에 머리가 멍해졌다.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행복하니?


늘 하던 거 말고 다른 방법도 시도해지만 아니면 돌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기어이 나를 바꾸겠노라 보다는 그냥 나를 인정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오늘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싶다.


뭐 할 때 가장 행복해요?

그건 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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